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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른들 싸움에 커져 가는 아이들의 한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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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른들 싸움에 커져 가는 아이들의 한숨 소리
  • 김순자/ 평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csnews@csnews.co.kr
  • 승인 2014.11.25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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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육계가 무척이나 시끄럽다. 등교시간을 늦추는 문제로 경기도에서 잡음이 일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문제로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간의 싸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몇 년 전 제기된 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지자체와 교육청이 마치 끝을 볼 듯이 싸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잠시 잠잠했던 교육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교육 문제에 정답이 어디 있는가? 고교 평준화가 옳은지, 자율형 사립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정답은 없지 않는가?

그런데도 대통령이 바뀌고,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새로 등장하면 어김없이 새로운 교육정책이 등장하고 공무원들은 이를 불변의 진리인양 숭배하며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직접 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보다 나은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기 위해 자율형 사립고를 선택했는데 이 학교가 어느날 갑자기 일반고로 학교 운영 행태가 바뀐다면...학교 생활기록부에 등재되기 때문에 열심히 국가공인 국어 시험을 준비했는데 하루 아침에 이 제도가 사라진다면...

어른들은 바뀌면 새로 준비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며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아이들 마음속에 켜켜히 쌓여가는 어른들에 대한 불신은 어떻게 해소시켜 줄 것인가?

늘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들은 우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원동력이지 않는가? 이런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불교 유마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하는 나쁘고 좋은 일은 업으로 영원히 남는다” 바로 이 구절처럼 기성세대들이 하는 무책임한 일들은 우리 아이들 가슴에 두고 두고 남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가슴에 쌓인 수많은 말과 행동들은 고스란히 기성세대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든, 교육부 장관이든, 교육감이든 새로 취임을 하면 전임자들과는 차별되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지게 된다. 전임자들이 한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없애고 자기 색깔에 맞는 정책을 교육 현장에 내놓은다.

이에 뒤질세라 교육 공무원들도 아부하듯 전 정권에서 이뤄진 정책 결정은 헌 신짝 버리듯 버리고 새로온 CEO에 맞는 교육 정책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몇 년동안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어 준비했던 국가영어능력인증시험(NEAT)다. 지난 안병영 교육부 장관시절 현행 수능 영어 시험의 문제점을 없애고 토익이나 토플로 유출되는 국부 낭비를 막기 위해 국가영어능력시험은 마치 성경이나 불경 이상의 힘을 얻으며 공청회와 시범 사업을 거치며 출발 시간만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시험 과정에 오류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는 이유를 들어 지난 서남수 장관 시절 이 시험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시험의 공청회를 준비한 것도 현재 있는 교육부 공무원들이고 시범 사업을 하며 문제점을 하나 둘씩 줄여나간 것도 이 공무원들이였을텐데 장관 결정 한마디에 모든 것이 없던 것으로 돼 버린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다.

물론 교육계 수장들은 자기 입맞게 교육 정책을 바꿀 수 있다. 또 바로 그런 맛에 권력을 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교육 문제 만큼은 달리 봐야 한다. 단기간내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 교육이고 바로 우리 곁에 잠드는 자녀들이 우리가 깔아놓은 그 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교육계 수장이 되면 설사 자신이 속했던 진영의 도움으로 수장이 됐다 하더라도 그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일을 해야 한다. 보수 교육감이 만든 정책은 무조건 잘못됐고 진보 교육감이 하니 묻지 않고 반대를 해야한다는 그런 생각은 아예 한강에 버리고 일을 해야 한다.

교육감에게 주어지는 임기 4년은 눈깜빡할 새에 지나가지만 이 기간 동안 교육감이 한 행적은 두고 두고 우리 아이들 가슴에 남는다.

한번 어렵게 발표된 교육 정책은 최소 몇십년은 간다는 믿음이 아이들 가슴에 새겨지고 그런 믿음으로 우리 아이들이 학교와 사회를 색칠해 나가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정말 좋겠다.

우리 아이들의 한숨소리가 기쁨의 소리로 바뀌는 그런 학교와 사회 말이다.


[김순자 교수 / 평택대학교 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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