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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똑똑한 소비자에게 쇼핑의 덫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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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똑똑한 소비자에게 쇼핑의 덫이란 없다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4.12.23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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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횝니다. 더 이상 이런 조건으로는 방송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줄곧 이야기하는 업을 수년 간 하고 있으면서도 쇼호스트들이 눈앞에서 보여주는 현란하고 달콤한 유혹에 구매 충동을 누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개월 무이자 할부로 친절하게 나눠져 앞에 내세워진 금액을 보고 있노라면 ‘밥 한 끼 안 먹으면 되는 금액인데...’라는 생각에 어느새 휴대전화에 손을 뻗게 된다.

늘씬하고 화려한 쇼호스트나 모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저 상품을 사면 저런 분위기가 되진 않을까 어리석은 기대도 해본다. 물론 터무니없는 환상이었음을 확인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지만 말이다.

시장 경쟁에서 자사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사용하고 장점을 강조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가격이나 조건에 대한 상대적 비교 기준이 얼마나 객관적이냐 하는 데 있다.

‘자사 판매가 기준’, ‘할인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 할인율을 믿고 구입했다 뒤늦게 시중 판매가격을 확인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낚시질이라는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오픈마켓이나 백화점몰 역시 마찬가지다. 최저가라고 올려준 가격을 보고 직접 클릭해 들어가 보면 가격이 훌쩍 오른다.

가격비교사이트에 올려 둔 가격은 특정 신용카드 적용 등 모든 변수를 포함해 둔 것으로 특정 소비자 대상이지 실제 구매가격은 아니다.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건 사은품 역시 가격이 부풀려져 있다. 사은품 지급을 위해 만들어지는 기획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인양 과도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방식이다.

본 제품보다 사은품이 마음에 들어 구매했다가 품절을 이유로 다른 제품으로 대체 지급되어도 말 그대로 사은품이라 피해를 따져 물을 수도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해외직구 열풍이 소비자 유혹에 한 몫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박싱데이, 광군절 등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아주 싼 가격에 구매 가능한 듯 싶지만 그 이면에는 짝퉁 논란부터 배송비와 관세 폭탄 등 예상치 못한 부대비용 청구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안 담글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챙겨서 실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20만 원짜리 제품을 사면서 10개월 할부이자 1만3천 원(연 15%기준)을 절약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짚어봐야 하고, 본 제품보다 많이 내걸린 사은품이 구매가격에 슬쩍 포함된 건 아닌지 비교해 보는 것이 현명한 구매 방법이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의 조사 결과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골드바 구매가격에 24개월 무이자 할부 수수료와 돌반지 등 각 종 사은품 가격이 모두 구매가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할부 수수료는 물론 사은품 역시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지만 ‘혜택’이라는 쇼호스트의 말 한마디에 구매 기회를 놓칠까 전전긍긍한 셈이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아온 쇼핑의 덫들. 이제는 모르는 부분은 없는 지, 무언가에 현혹돼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 따져보고 헤쳐 봐야 한다.

처음부터 제도와 규제를 만들고 보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명한 소비자 수가 많아지면 업체들도 변화하는 소비자들과 발걸음을 맞출 수밖에 없다.

‘목소리 큰 소비자는 자신의 피해만 보상받는 걸로 그치지만 똑똑한 소비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세상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챙겨봐야 겠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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