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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콜센터 유료전화'로 드러난 금융사의 양심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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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콜센터 유료전화'로 드러난 금융사의 양심불량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5.02.13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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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대형 금융사의 고객센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숨바꼭질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객상담 전화에 대한 이야기다.

소비자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의하면 은행, 카드, 보험 등 50개사 콜센터 중 수신자부담 전화인 080를 운영하는 곳은 달랑 7곳 뿐인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용 부담 탓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신자부담 번호를 운영해야지~’라고 강짜(?)를 부릴 수야 없는 노릇이다. 괘씸한 것은 금융사 콜센터 전화가 유료라는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점이다.

15XX, 16XX 등 발신자에게 요금이 청구되는 번호를 운영 중인 50개 금융사 중 ‘유료’여부를 공지하고 있는 곳은 놀랍게도 단 1개였다.

한국투자증권이나 하나대투증권 등 4개사의 경우 080번호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지만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번호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과연 누가 어떻게 그 번호를 알아내 이용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상품 판매’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무료 전화를 운영하는 업체들 중 일부는 한 눈에 쉽게 찾을 수 있는 메인홈페이지가 아니라, 몇 단계에 걸쳐 뒤지고 파헤쳐야 확인이 가능하도록 꼭꼭 숨겨두고 있었다. 심지어 고객센터 직원조차 080운영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화 요금이 새고 있는데 금융사들은 이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한 셈이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이용자들에겐 기본적인 선택권조차 주지 않는 건 명백한 반칙이다.

금융서비스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불완전판매다. 소비자가 받을 혜택이나 이익, 혹은 제한사항에 대해 명확히 안내하지 않아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든 내용을 구두 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약관과 계약서에 빼곡하게 내용을 기재해야 하며, 소비자는 이를 제대로 챙겨봐야 할 의무가 있다.

콜센터 통화요금처럼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은 것은 불완전판매와 다를 게 없는 문제다. 15XX-XXXX 번호 옆에 (유료. 분당 OO원)이라는 표시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라도 있단 말인가?

이처럼 불리한 부분은 감추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뺏는 것은 엄연히 ‘은폐’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깟 전화요금 몇 백 원으로 뭐 그리 불만이냐고 하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꼭 써야할 곳에 쓰는 몇 십만 원보다 속된 말로 삥 뜯기 듯 내야하는 몇 백 원이 아깝고 불쾌한 건 인지상정 아닌가 말이다.

바쁜 일정을 핑계로 미뤄뒀던 카드 결제일을 변경하려고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더니 ARS를 통해 무려 7~8단계를 거쳐야 했다. 급한 성격을 애써 누르고 단계를 거쳐 연결된 건 상담원의 인사말이 아닌 ‘지금은 대기량이 많아....’로 이어지는 안내멘트다.

지금껏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시간동안 통화요금까지 내 주머니에서 나가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슬그머니 부아가 치민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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