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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고객은 '왕'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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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고객은 '왕'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봉'인가?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5.04.27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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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똑바로 뜨지 않으면 코 베어 갈 세상’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오래된 구문이라 언급하는 사람조차도 고리타분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살벌한 작금의 세상살이에서는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중요 문구임에 틀림없다.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는 제품의 장점에만 홀려 덜컥 주머니를 열었다가는 예상치 못한 낭패를 봐야하는 구멍들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본지가 보도한 '가습, 제습, 공기청정 복합 기능을 담은 가전제품, 공기청정 성능 무색' 과 관련한 기사에서는 카탈로그는 물론 매장에서도 ‘공기청정기와 제습(가습)기를 합했다’며 기능을 강조한 반면 실제로는 성능상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기청정 기능과 관련한 ‘CA인증’ 마크를 떡하니 부착한 제품을 판매해 온 일부 제조사들은 구입 시 성능 비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자 “우리가 내 놓은 제품은 제습기(혹인 가습기)지 공기청정기가 아니다”라며 목청을 높였다.

합리적 가격으로 최고의 공기청정 기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실컷 광고하고서 그걸 전부 믿었냐는 식의 대응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스마트폰과 카메라 등 방수 기능을 내세워 판매하는 IT기기 역시 마찬가지다.

심연에서 수영을 하며 기기를 사용하는 현란한 모습을 광고 영상으로 사용하면서 막상 누수로 인해 민원 접수된 기기를 두고는 무조건 이용자 과실을 탓하는 식이다.

생활방수에도 등급이 있고 본체의 헐거워짐 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사가 내세운 기술(?)을 믿었던 소비자만 바보가 되는 셈이다.

대형 가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10년 무상보증’ 서비스도 두 눈을 크게 떠야할 항목이다.

냉장고나 에어컨 등에 큼지막한 스티커로 부착해 둔, 믿기 힘들 정도의 길고 긴 보증기간은 사실상 인버터 컴프레서라는 부품에 한해서 적용되는 서비스다.

하지만 제품의 어떤 고장이나 부품에 대해서도 10년 보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정작 믿음과 크게 동떨어진 제조사의 응답에 실망하기 일쑤다.

대형홈쇼핑 등에서 쇼호스트를 통해 소개되는 각종 혜택에 대해서도 들리는 그대로 믿었다간 일명 ‘호갱’이 될 수 있다. 방송 중 화면 하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별도 안내되는 예외 조항 등 변수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 코 베일 수 있다.

이처럼 뒤늦게 아픈 진실을 알고 항의를 해봤자 미리 알아보고 따져보지 못한 소비자의 잘못으로 결론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소에는 소비자를 떠받드는 척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그제야 모두 알아서 확인했어야 할 사항으로 소비자에게 공을 넘겨 버리는 식이다.

흘러간 유행어를 잠시 빌려 표현하자면 정말이지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약 오르고 화가 나지만 모두가 업체 탓이라고 항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모든 정보를 100% 완벽하게 전달한 방법 역시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짚어보고 따져보고, 조금이라고 의심 가는 부분은 재차 확인해 보는 ‘깐깐하고 다소 피곤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코 베이지 않고 살아가려면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선별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도처에 널린 많은 정보를 취합하는 부지런함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은 언제나 멀고도 험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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