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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해와 온기가 있는 명절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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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해와 온기가 있는 명절이었으면...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5.09.22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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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인들이 챙겨 보내주는 선물로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반대로 그간 고마웠던 분들에게 보낸 선물이 안전하게 도착했는지 유난히 걱정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은 어느때보다 택배 물량이 많아지는 시기인만큼 이후 관련 민원 역시 폭증한다.

배송지연을 시작으로 훼손이나 변질, 분실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그 중 배송기사의 불친절에 대한 민원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수하물의 파손, 변질, 분실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없이 업체 측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맞다. 때문에 민원을 중재하는 과정 역시 명쾌하다. 보상액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절충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불친절에 대한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업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문제인 탓에 잘잘못을 따지는 것부터 난항이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다. 배송기사가 배송을 위해 수취인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을 경우 부득이 다음 배송지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시간에 쫓기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연락이 닿을 때까지 여유를 두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 택배서비스 종사자들의 호소다.

이 경우 택배기사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 걸까? 수취인과 연락이 닿지 않고 현장에서 대신 받아줄 사람도 없었다면 분실의 위험이 큰 만큼 배송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잠시 부재중이었다고 돌아갈 게 아니라 집 앞에 두고 갔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다른 이는 "미리 연락을 하고 약속된 시간에 배송했어야 한다"고 책임을 묻는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뒤늦게 연락을 했으니 다시 가져다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요구한다.

배송비를 지급했고 그에 마땅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택배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제보를 살펴보면 정말 숱하게 많은 개별 상황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여자들 밖에 없는 집이라 외부인의 방문이 부담스러워 '경비실로 맡겨 달라'는 사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매번 문을 두드리는 배송기사의 '책임감(?)'을 무례함으로 느끼는가 하면, 어린 자녀 탓에 잠시도 집을 비울 수 없는 아이 엄마는 경비실에 매번 물건을 맡겨두고 가버리는 담당기사의 무책임이 분개스럽다.

어느 누구도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힐책할 수 없을만큼 나름의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모든 문제는 원칙에 근거해 처리하는 것이 논란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자로 잰 듯 풀어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한번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명절 특수에 쏟아져 들어온 수천, 수백 개의 수하물을 실어 나르느라 밥 먹는 시간마저 줄이며 땀 흘리는 배송기사의 노고를 한 번만 짚어본다면,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원칙에 맞는 서비스를 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기대치를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분노를 완전히 삭힐 수는 없어도 게이지를 낮출 수는 있지 않을까?

상대의 입장과 고충에 한 뼘만큼의 관심만 가진다면 서비스 불만으로 시작된 민원이 욕설이 난무하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진 않을 거라 믿고 싶다.

부당함을 지적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특수상황에서는 사람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었으면 한다.

아직은 큰 소리로 똑 부러지게 이익을 따지는 합리성보다 이해와 온기가 있어 행복한 세상이길 기대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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