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제도나 의식수준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가꾸는 데 앞장서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접할 때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한국에서는 캠핑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지만 올 여름에는 열흘에 걸쳐 로키산맥에서 약 150km를 걸으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로키의 웅대한 장관에 반하기도 했지만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가 기울이는 노력이 매우 놀라웠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거의 6월 말에서 9월까지 여름철에만 입산이 허가되는 로키산맥 트레일 코스는 수개월 전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통과 거쳐 제한된 인원만 갈 수가 있다. 이는 동식물을 보호하고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은 채 후손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캐나다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입산 예약제 외에도 자연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산행 중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 차로 약 10시간이 걸리는 레이크 루이스의 캠프장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야영객이 지켜야 할 규칙부터 알려준다.
저녁을 먹고 캠프파이어 주변에 앉아 있으려니 동행인들은 술 생각이 간절한 듯 했다. 그러나 야영장 음주는 금지돼 있고 이를 어기다가 발각되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한국의 산에서 흔히 이뤄지는 막걸리 판매는 이곳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야영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야영객들이 많았지만 소란을 피우는 팀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밤 열한시부터 아침 일곱 시까지는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소등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었다.
이튿날 야영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레이크 오하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자연보호를 위한 주의사항부터 들어야 했다. 가지고 온 짐은 모두 되가져 가야하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캠핑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오솔길로만 이동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지 말 것,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 텐트 안에 먹을 것을 두지 말 것 등 당부를 한다.
이는 한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에메랄드 빛 오하라 호수를 거쳐 약 7시간 동안 25km의 산과 트레일 길을 걸 야영장에 다시 돌아오니 식탁 테이블에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다. 우리일행이 피웠던 모닥불을 완전하게 끄고 나가지 않아 경고쪽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번 같은 일이 벌어지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산속에서 70km가 넘는 거리를 3박4일간 야영을 하며 보냈다. 예약해둔 야영지에 도착해 저녁을 해먹고 나면 음식물을 함부로 버릴 수가 없게 돼 있다. 음식물을 최대한 섭취해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수밖에 없다.
야영장의 간이 화장실은 아래에 드럼통을 넣어두었다가 분뇨가 다 차면 헬기로 수송해 자연이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계곡이나 개울물은 식수원이 되므로 설거지나 목욕 세탁은 철저하게 금지 돼 있다. 설거지도 물을 길어다 쓰는 통에서만 가능하며 환경 친화적인 지정된 세제 이외의 일반 세제나 비누는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양치질을 한 후에도 개울이 아닌 흙에다 물을 버려야 한다.
일 년을 기다리다가 눈이 잠깐 녹는 8월 한 달 동안 겨우 봉우리를 피운 갖가지 야생화와 산봉우리 아래에 끝없이 펼쳐진 만년설, 그리고 야생의 마모트와 엘크, 산양, 곰까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이들과 더불어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고 방문하는 산악인들도 이런 규율을 엄격하게 지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철저한 자연보호 정책과 이를 준수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뒤따를 때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비록 비를 맞으며 추위에 떨며 야영생활을 했지만, 그보다는 자연을 보호하려는 캐나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 잘 보존된 자연의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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