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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로키산맥에서 얻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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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로키산맥에서 얻은 교훈
  • 김순자/평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csnews@csnews.co.kr
  • 승인 2015.10.13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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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단풍이 무르익으면서 전국의 산이 사람으로 붐비는 시기가 돌아왔다. 사람이 몰려들면 산은 몸살을 앓기 마련이다.

과거에 비해 제도나 의식수준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가꾸는 데 앞장서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접할 때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한국에서는 캠핑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지만 올 여름에는 열흘에 걸쳐 로키산맥에서 약 150km를 걸으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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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키 만년설

로키의 웅대한 장관에 반하기도 했지만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가 기울이는 노력이 매우 놀라웠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거의 6월 말에서 9월까지 여름철에만 입산이 허가되는 로키산맥 트레일 코스는 수개월 전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통과 거쳐 제한된 인원만 갈 수가 있다. 이는 동식물을 보호하고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은 채 후손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캐나다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입산 예약제 외에도 자연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산행 중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 차로 약 10시간이 걸리는 레이크 루이스의 캠프장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야영객이 지켜야 할 규칙부터 알려준다.

저녁을 먹고 캠프파이어 주변에 앉아 있으려니 동행인들은 술 생각이 간절한 듯 했다. 그러나 야영장 음주는 금지돼 있고 이를 어기다가 발각되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한국의 산에서 흔히 이뤄지는 막걸리 판매는 이곳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야영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야영객들이 많았지만 소란을 피우는 팀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밤 열한시부터 아침 일곱 시까지는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소등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었다.

이튿날 야영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레이크 오하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자연보호를 위한 주의사항부터 들어야 했다. 가지고 온 짐은 모두 되가져 가야하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캠핑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오솔길로만 이동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지 말 것,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 텐트 안에 먹을 것을 두지 말 것 등 당부를 한다.

이는 한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에메랄드 빛 오하라 호수를 거쳐 약 7시간 동안 25km의 산과 트레일 길을 걸 야영장에 다시 돌아오니 식탁 테이블에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다. 우리일행이 피웠던 모닥불을 완전하게 끄고 나가지 않아 경고쪽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번 같은 일이 벌어지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산속에서 70km가 넘는 거리를 3박4일간 야영을 하며 보냈다. 예약해둔 야영지에 도착해 저녁을 해먹고 나면 음식물을 함부로 버릴 수가 없게 돼 있다. 음식물을 최대한 섭취해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수밖에 없다.

야영장의 간이 화장실은 아래에 드럼통을 넣어두었다가 분뇨가 다 차면 헬기로 수송해 자연이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계곡이나 개울물은 식수원이 되므로 설거지나 목욕 세탁은 철저하게 금지 돼 있다. 설거지도 물을 길어다 쓰는 통에서만 가능하며 환경 친화적인 지정된 세제 이외의 일반 세제나 비누는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양치질을 한 후에도 개울이 아닌 흙에다 물을 버려야 한다.

일 년을 기다리다가 눈이 잠깐 녹는 8월 한 달 동안 겨우 봉우리를 피운 갖가지 야생화와 산봉우리 아래에 끝없이 펼쳐진 만년설, 그리고 야생의 마모트와 엘크, 산양, 곰까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이들과 더불어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고 방문하는 산악인들도 이런 규율을 엄격하게 지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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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 화장실

우리나라도 철저한 자연보호 정책과 이를 준수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뒤따를 때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비록 비를 맞으며 추위에 떨며 야영생활을 했지만, 그보다는 자연을 보호하려는 캐나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 잘 보존된 자연의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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