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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준양 수사'가 포스코에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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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준양 수사'가 포스코에 남긴 숙제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5.11.1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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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개월을 끌어온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을 내렸다.

11일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을 뇌물공여와 특경가법상 배임, 배임수재 혐의로 정준양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최종적인 처분은 이제 사법부의 몫이고 정 전 회장은 재판 결과에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문제는 포스코가 입은 상처다. 검찰 수사가 발표되던 날, 포스코는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각고의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경주하겠다"는 내용이다.

포스코 역대 회장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 끝이 좋지 않게' 포스코와 헤어졌다. 정준양 전 회장 역시 그런 모양새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에 많은 짐을 안긴 실패한 경영자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중에 포스코의 매출은 41조7천억 원에서 61조8천억 원으로 늘어났고, 계열사 수도 31개에서 52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조1천억 원에서 2조9천억 원으로 58%나 줄었고 순이익도 4조3천억 원에서 1조3천억원으로 69% 감소했다.

부채는 18조6천억 원에서 38조6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국제평가사인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1에서 Baa2로 4단계나 떨어뜨렸다. 당시 70만원 내외로 삼성전자와 동급이던 주가는 2013년 말 30만원 대로 곤두박질쳤다.

포스코 전후비교.JPG

정 전 회장의 확장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경영성적은 개인의 능력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다.

구조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는 정준양 전 회장의 취임과 퇴임, 그 이후에 벌어진 검찰수사가 정치적인 프레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민영화된 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정부 입김 아래 놓여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와 상관없이 최고경영자가 퇴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의 전임자인 이구택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기자설명회를 갖고 퇴임하면서 "정치권 외압"은 없었다고 했지만 수사결과 이명박 정권의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의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정권에서 취임한 정 전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퇴임압박을 받았다.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퇴임 후에는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정 전 회장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8개월이나 수사를 벌인 것 치고는 ‘불구속 기소’라는 결과가 너무 초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금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의 주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권 회장조차도 이번 정권이 끝난 뒤에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알 수 없다. 그 동안의 사례에 비춰보면 회사를 멋지게 살려 놓고도 정치권에 등을 떠밀려 불명예퇴진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영화된지 오래된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되는 포스코의 슬픈 자화상이 '정준양 수사'로 끝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스코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 정치권 인사개입을 법제화로 막자는 주장도 있지만, 밀실에서 이뤄지는 개입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이러한 논의들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포스코가 존경받는 기업,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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