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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식약처-소비자원 MOU, 문제 제기 입막음용?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더보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8일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MOU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국민 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을 발표해 국민에게 혼란을 준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협약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딴소리’를 하며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 부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라는 점에서는 수긍이 가지만 한편으론 소비자의 시각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소비자원의 입을 막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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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식약처와 소비자원의 불협화음은 세 차례나 반복됐다. 지난 12월17일 한국소비자원은 베이킹파우더‧당면 등의 알루미늄 함량이 유럽연합 기준치 평균 4배, 최고 9배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 알루미늄에 대한 국내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관리 강화를 식약처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식약처에서는 보도자료를 내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함께 운영하는 국제기준에 따라 안전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양 측의 갈등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소비자원이 문제제기를 하면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덮는 양상을 띠었다. 4월 가짜 백수오 논란 역시 소비자원이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주장했지만 식약처는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해 갈등을 빚었다.

8월 모기기피제 성분 논란 역시 소비자원에서 해외 사용금지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반박 자료를 냈으며 소비자원이 10여일 만에 정정자료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두 기관의 힘겨루기 속에서 소비자는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업체 역시 소비자원의 발표 이후 식약처가 재확인을 할 때까지 입장 발표나 보상 등을 미루는 통에 피해가 확산되기도 했다.

양 측의 주장이 갈리는 이유는 서로 다른 입장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제품의 위해성을 조사해 해당 사업자에게 리콜을 권고하거나 기업 서비스 등 문제를 제기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식약처 등 정부부처의 경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산업을 보호하고 관련 법을 제정하는 일도 동시에 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이해관계를 따지고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MOU로 인해 식약처와 소비자원이 선협의를 거쳐 불협화음을 줄이고, 이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줄이겠다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시각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소비자원의 입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는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안전하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유해 식품이 나오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소비자에게 넘겨야 하는 게 아닐까.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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