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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ISA 깜깜이 과열 영업 지켜만 볼 것인가?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2016년 03월 24일 목요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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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문의해왔다. 집단대출을 앞두고 있는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면 금리혜택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차주의 신용도가 영향을 많이 주지 않는 집단대출인데도 거래실적을 올리기 위해 ISA에 가입해야 하나 싶었다. 파생상품에 투자할 경우 손실이 날 수도 있는 ISA에 가입하면서까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직원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몇몇 은행 점포를 방문하고 생각이 달라졌다. 은행들은 총성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ISA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모집하기 위해 영업경쟁이 뜨겁다. 대기번호표에 'ISA 상담' 번호가 따로 나눠져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앞둔 소비자는 적지 않은 심리적 부담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수적 투자자인 기자는 신탁형 ISA에 예.적금만으로 가입이 가능한지 문의해봤다.

한 은행에선 예금만 100% 넣는건 가능하지만 적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적금을 편입할 예정이라는 상부 지시만 받았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예금상품이 뭐뭐 있는지 리스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이 직원은 원금보존이 안되는 ELS, ELT, ELB 등 파생금융상품을 소개해줬다. 저축은행 예금을 판매하는데 수익률이 2% 안팎으로 상품마다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ISA 수익률을 높이려면 채권펀드보다 주식혼합채권을 가입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또 다른 은행에선 ISA에 가입하면 적금상품의 금리를 최대 0.6%포인트 우대해준다고 했다. 그러면 3년짜리 정기적금 금리가 연2.9%가 된다. 문제는 적금은 ISA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자소득세 15.4%를 떼야 한다. 직장인통장 등 우대금리를 최고로 받아도 예금 금리는 연1.54%라고 했다. ISA를 유지하려면 0.1% 수수료도 내야 하기에 예금 금리는 연1.44%가 된다. 가뜩이나 이자율도 낮은데 수수료 빼고, 세금 빼면 손에 쥐는건 쥐꼬리인 셈이다.

금융당국도 저위험 투자자는 금융상품을 개별적으로 가입하는게 ISA를 유지하는 것보다 수수료 부담이 적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상대적으로 중위험, 고위험 투자자는 ISA에 가입하는게 수수료 부담이 적다. 그러면서도 ISA가 국민의 자산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ISA가 출시되고 6거래일 동안 판매된 전체 상품의 90% 이상이 신탁형이다. 현행 신탁법에서는 어떤 금융상품이 있는지, 수익률은 또 각각 어느정도인지 홍보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금융회사 점포에 방문해 대면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이나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ISA를 검색해봐도 어떤 상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 여러 금융회사를 방문해봐도 한정된 상담시간내에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

이렇듯 깜깜이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ISA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도입됐는데도 구태의연하게 구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ISA에 적금상품이 포함돼 국민재테크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또 신탁형 ISA는 투자자가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방법을 지시해야 한다. 그런만큼 ISA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신속하게 공개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민간회사의 ISA 영업경쟁을 강 건너 불보듯 당분간 특이사항이 생기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런데 영업현장에선 불완전판매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소득증빙 서류가 준비되지 않아 다음에 방문하겠다는 기자에게 만삭의 여직원은 ISA 가입신청서라도 작성하고 가라고 권유했다. 그 얼굴이 지금도 선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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