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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비자의 이기심이 폭스바겐 사태 불렀다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2016년 07월 26일 화요일 +더보기
5월부터 일찌감치 시작된 더위로 올 여름은 유난히 힘들겠다 싶더니 슬픈 예감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최근 이슈들을 보고 있자니 이깟 더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싶을 정도다.

지난 6월 중순 공기청정기 3M 필터의 유해성 문제로 전국이 들썩거렸다. 차량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쓰이는 항균필터에 유독물질인 OIT(Octylisothiazolinone, 옥타이리소시아콜론)가 함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항균필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것.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보상 문제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서 터진  소비자 건강 관련빅뉴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이슈가 터졌다. 이번에는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들은 가벼운 쨉이 아니라 연이어 강력 펀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을 감안한 환경부는 신속히 조사·평가팀을 구성했고 한 달 만에 ‘일부 공기청정기어서 OIT가 최소 25%~46%까지 방출됐고, 8시간 가동한 차량용 에어컨 내 필터에서는 최소 26%~76%까지 방출되는 등 위해가 우려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곧이어 논란이 된 제품명을 공개하고 제품안전기본법 제10조에 따라 회수권고 등을 조치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발표에 제조사들은 곧바로 문제가 된 필터무상교체를 실시했다.

니켈 정수기 관련해서도 제조사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사용기간 렌탈료 전액 환불 조치키로 했다.

보상범위에 대해 여전히 소비자 민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대응이 신속해졌다는 부분에는 별 이견이 없다.

이를 두고 옥시와 폭스바겐 사태가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 진실이 드러났을 때 회복할 수 없을 지경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극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기사의 댓글이나 제보글을 보면 “알면서도 모른 척 소비자를 기망한 기업에 대해 차갑게 외면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너무나 당연하고 옳은 이 이야기를 두고 잠시 의문이 든다.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기망하는 기업에 대한 비난과 질책은 당연하고, 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체가 개인 소비자일 경우는 이해받아 마땅할 일인가 싶은 게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드러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곧바로 제조사가 치명적인 영업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사는 무상보증기간 연장, 가격 인하 등을 단행했고 그로 인해 되레 판매량이 늘었다. 배기가스 배출로 인해 대기가 오염되고 미세먼지가 심각해진다는 분명한 진실은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이 적어진다는 일부 소비자의 이기심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며칠 전 환경부는 폭스바겐 79개 모델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자동차 시장의 기각변동’을 예상하며 업계가 들썩일 정도로 전에 없이 강도 높은 결단을 한 건 단순히 관련 부처의 업무 수순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개월간 이 문제를 들여다 본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자발적 구매 중단’라는 주체적 대응에 실패하고 숙제거리를 제 3자에게 넘겨준 것 같은 찜찜함이 마음에 남는다.

내 손가락 밑 가시만 아프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익(公益)쯤은 외면해도 된다는 생각은 결국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큰 보상을 받고자 하는 ‘블랙컨슈머’의 이기심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 당당하게 꾸짖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멋진 소비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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