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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영란법, 기자의 '갑질'과 업계의 '언론길들이기' 양날될까?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6년 08월 26일 금요일 +더보기

다음달 28일 시행될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수입차 업계에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그 동안 언론사에 제공하던 시승차량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간 수입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관행적으로 언론사에 제공하는 시승차량 운행비를 전액 부담해왔다. 완성차 업체가 언론사에 3일가량 시승차량을 제공할 경우 탁송비와 유류비, 세차비용, 보험료, 렌탈 회사에 지불하는 대차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수십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직무상 관계있는 자로부터 5만원 이상의 선물 수령을 금하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위법사례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언론사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승차가 위법으로 확정될 경우 그동안 이뤄진 시승 관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는 기자들도 자동차 전시장에서 일반 구매고객과 같은 절차를 거쳐 단기간 시승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김영란법 대상이 아닌 파워블로거 등을 통한 시승을 활성화 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그간 시승차를 둘러싸고 횡행했던 언론-자동차 업계의 볼썽사나운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우선 시승을 핑계로 차량 운행을 남용하던 일부 언론사의 행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시승차량을 취재목적이 아닌 여행 등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리한 시승 요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정의 달인 5월과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수입·국내 브랜드를 막론하고 대차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모 매체 기자가 특정 기간에 차량을 사용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시승 일정을 요구해와 난감했다”며 이른바 기자가 ‘갑질’을 벌인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시승차를 사용하고나서 시승기를 남기지 않는 기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순수하게 차량에대한 취재와 정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자들의 시승 기회마저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승차를 무기로 언론사에 행해지던 차량 제조사의 이른바 ‘언론 길들이기’ 행태도 사라지게 된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는 ‘과연 언론사의 시승기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 돼 왔다. 신차가 출시하면 여기저기 칭찬 일색의 천편일률적인 시승기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있으나마나한 시승기가 양산되는 이유는 2가지다. 시승기를 쓴 기자가 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업체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적거나, ‘차의 단점을 정직하게 느낀대로 담으면 업체로부터 다음 시승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며 스스로 수위를 낮추는 것이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차량 시승기를 업체와 언론사가 함께 ‘짜고 친 고스톱’으로 보게 만든 원인이 됐다.

김영란법이 업계에 관행처럼 이어져 온 시승 관련 폐습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언론과 수입차 업계는 이를 계기로 서로의 기득권 남용 문제를 성찰하고 ‘상생’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독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시승기는 양쪽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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