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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대신 '신뢰'를 선택한 삼성전자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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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대신 '신뢰'를 선택한 삼성전자의 결단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6.09.05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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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이 불티 나듯 팔려 물건이 딸린다고 하더니, 배터리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불만이 폭주했지만,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대처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돌려 놓는 데 성공했다.

당초에는 화재의 원인인 불량 배터리만 무상교환해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삼성전자는 전량 새 제품을 바꿔주고, 소비자가 원하면 환불도 해주기로 했다. 심지어 규정상 14일 이내로 돼 있는 환불기간을 늘리기 위해 통신사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른 삼성전자의 금전적 피해는 1조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리콜 대상이 250만대에 이르며, 한국에서만 약 40만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대가로 이 돈을 미련없이 포기한 것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아 '소비자-기업, 아름다운 동반자'라는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원인은 기업이 소비자보다는 자기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는 불신에 있었다.

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는 감추고,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최대한 보상을 꺼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은 기업을 믿지 못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삼성전자의 이번 행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일 태평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결정에 대해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과 소비자 관계의 핵심이 신뢰에 있음을 꿰뚫어 본 발언이다.

고 사장은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없었지만 갤럭시노트7은 국내외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주문하고 돈을 지불한 사람이 거의 80~90% 정도일 정도로 충성 고객이 많았다"며 "단순히 배터리만 교체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발 빠른 대처는 자칫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던 갤럭시 노트7 발화사건을 조기에 누그러뜨리는 모습이다. 

국내의 한 대형 커뮤니티 싸이트에 갤럭시 노트 7 리콜결정 관련 댓글에는 "세계적인 기업답게 대처 확실하다. 밍기적 거리면서 간 보지 않고 그냥 화끈하게 쏴버리네", "세상에 이렇게까지 소비자를 위해 희생하는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단기적 이익은 포기하고 장기적으로 가겠다는 거네 그래도 대한민국 및 전세계 최고 브레인들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결과 내린 결정이라 깔끔하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직원들도 반기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익명게시판에 한 엔지니어가 "전량 리콜 후 신제품으로 교환해달라. 인센티브 안받아도 되니까 제발 그렇게 해달라. 부끄럽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내부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 SNS 채널에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결단과 보상을 해야 한다. 경영진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는 내용의 글들이 쭉 올라왔다.

괴로웠겠지만 칼을 빼든 경영진의 결단력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고동진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댓글로 "사업부장으로서 문제를 유발하게 한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러분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품질안전, 고객안전을 최우선하는 무선사업부로 거듭나겠다. 매우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신속하게 리콜을 결정했다.

삼성그룹 최고 수장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량 리콜을 실행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4년 이건희 회장이 진두지휘할 시절에도 불량 휴대폰이 나돌자 500억 원 어치를 수거하고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수거한 불량제품을 공장에서 임직원이 보는 앞에서 망치로 모두 때려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며 임직원들의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렇게 소비자 신뢰를 얻는데는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노력,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사태에도 만약 배터리 교환과 형식적인 홈페이지 사과정도로 끝났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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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트 300 2016-09-28 12:03:46
모르겠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구입한 노트북을 2년이 지나 메인보드와 CUP를 유상을로 수리를 2년동안 했지만 지금 4년이 지나니 삼성전자 측에서는 제품관련 아무런 잘 못이 없다고 하며 나오는데 돈되는 겔럭시노트와 돈이 안되는 서비스차이를 본다면 위와 같은 기사를 읽고 공감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