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손해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은 늘었지만 손보사들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기하는 소송 건수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소송비율이 무려 18.4% 포인트 하락해 1%대에 그쳤다.
이는 금융당국이 보험 가입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보험사의 소송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각 사마다 '소송관리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고 과도한 소송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한데 따른 효과로 풀이되고 있다.
보험업 특성상 양측의 상해율을 따져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만족하거나 양보하지 않으면 보험금 청구 소송으로 이어져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분쟁은 늘고 있지만 소송건수는 줄면서 분쟁건수 대비 소송건수 비중(이하 소송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전체 손보사 소송비율은 지난해 3분기까지 4.9%였지만 올해 3분기까지는 1.4%를 기록해 3.5% 포인트 하락했다. 분쟁 건수 500건 이상 손보사로 범위를 좁히면 감소폭은 3.9% 포인트로 더 커진다.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의 갈등은 늘고 있지만 손보사들이 강력한 대응 방법 중 하나인 '소송'을 쉽사리 선택하고 있지 않다는 결과다.
분쟁건수 500건 이상 기준 손보사 중에서는 롯데손해보험(대표 김현수)의 소송비율이 같은 기간 19.5%에서 1.1%로 무려 18.4% 포인트 떨어지면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는 제기된 분쟁 5건 당 1건을 소송으로 끌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지만 올해는 100건 중 1건으로 파격적으로 줄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높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장기보험 청구건 중 '보험사기 추정건'에 대한 적극적 대응으로 소송건수가 많았다"며 "올해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소송관리위원회 승인절차를 엄수해 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친 뒤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소송건수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흥국화재(대표 문병천)와 메리츠화재(대표 김용범)도 같은 기간 소송비율이 각각 7.1% 포인트, 6.3% 포인트 하락해 뒤를 이었고 하락폭이 가장 작았던 삼성화재(대표 안민수)도 0.8% 포인트 떨어졌다.
한편 동부화재(대표 김정남)와 메리츠화재는 소송비율이 0.2%에 불과할 정도로 분쟁 대부분을 소비자와 협의 후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손보사는 소송 제기 건수는 각각 4건과 2건에 그쳤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 및 조직개편으로 보상 담당자들이 많이 바뀌면서 업무가 익숙치 않아 불편이 초래됐고 소송으로 이어진 건이 많았다"며 "예전에는 기준을 광의적으로 두었지만 지금은 협의적으로 꼼꼼하게 보면서 소송으로 가는 분쟁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