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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중·대형 분류, 30년 전 기준 유명무실

기술적 발전 반영 못해...국토부 "재정립 논의중"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7년 01월 05일 목요일 +더보기
현행 국내 자동차 분류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 발달로 다양한 차종이 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30년 전 기준인 '배기량과 크기'만으로 차량을 분류하면서 드러난 문제다.

서울시 방학동에 사는 강 모(남)씨는 얼마전 쉐보레 트랙스를 구매했다. 최근까지 경차를 몰아왔던 강 씨는 조금 더 큰 차를 사려던 중 '소형 SUV'로 소개된 트랙스의 디자인과 연비에 끌려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강 씨가 소형차인줄로만 알았던 트랙스는 국내 자동차 분류 기준상 중형차에 속한다. 소형차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차량 폭이 1.7미터(1천700mm)이하 여야 하지만 1천775mm로 이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차량 등록 후 등록증을 보고 나서야 중형차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차량 안내 책자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해당 모델이 중형이라는 표시는 없었다”며 황당해 했다.

한국지엠의 트랙스 뿐만 아니라 이후 출시된 르노삼성 QM3, 쌍용차 티볼티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사한 제원을 갖춘 이들 차량도 앞다퉈 ‘소형’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형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현 실정에 맞지 않는 차량 분류 기준이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달로 최근 자동차의 차체 크기는 커지면서도 엔진 배기량은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하지만 국내 차량 분류 기준이 배기량과 크기만을 따지면서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차비와 통행료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차를 제외한 소형 중형 대형 차량의 경우 분류에 의한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앞서 강 씨가 소형차로 받고자 했던 혜택이 중형차로 분류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의미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1종부터 5종으로 나누는데 승용차는 모두 1종에 해당한다. 또한 자동차보험료 역시 배기량이나 차값 등에 따라 26등급으로 나눠서 측정하는 거라 이 분류 방식이 큰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준중형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만들어 연비나 가격에 대한 강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1~2인용 초소형차나 저배기량 고성능차가 등장하고 전기차와 수소차가 상용화되는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차종이 출시되고 있다.

반면 현행 차량 분류 기준은 지난 1987년 자동차관리법이 입법된 후 30년 간 유지되면서,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관리법상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신차 도입이 보류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 국내에 공개된 르노삼성의 트위지가 대표적인 예다.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는 유럽 등지에서 차세대 운송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의 유형별 기준인 ‘경형, 소형, 중형, 대형’ 중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 역시 국내 차량 분류 기준을 현 실정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필수 교수는 “차량을 배기량이나 크기만으로 분류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가격, 배기량, 크기, 오염물질 배출량 등 분류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또한 새로운 분류 체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을 소형과 중형, 대형으로 나누는 현행 자동차 분류 기준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관계 당국 역시 기준 재정립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 부분에 연구와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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