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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명예퇴직 '봇물'...은행원들 줄서서 '신의 직장' 떠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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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명예퇴직 '봇물'...은행원들 줄서서 '신의 직장' 떠나는 이유는?
  • 김정래 기자 kjl@csnews.co.kr
  • 승인 2016.12.2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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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올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고도 구조조정 한파를 맞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원자가 몰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B국민은행(행장 윤종규)은 지난 22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한 결과 2천800여 명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지난 2010년 직원 3천250명이 희망퇴직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700여 명 가까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도 만 39세 이상으로 근속 기간이 14년 이상인 직원(1~5급)과  만 38세 이상으로 근속 기간이 10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특별퇴직을 시행했다. 정확한 명예퇴직자 숫자는 오는 30일 발표되지만, 부부가 동시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상보다 많은 숫자가 은행을 떠날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NH농협은행(행장 이경섭)은 지난달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지난해(344명)보다 많은 410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961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SC제일은행(행장 박종복)은 리테일금융총괄부와 커머셜기업금융총괄본부 소속 직원 중 근속연수 만 10년 이상이며 49세 이상 팀장급, 만 50세 이상 부장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00여 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행장 이광구)은 지난 26일까지 임금피크 대상자는 물론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 신청 접수를 완료했다. 전직지원제도는 임금피크 돌입을 앞둔 직원을 대상으로 제2의 인생 설계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정규직 입행 후 10년 이상된 직원을 상대로 전직지원 자격을 부여한다.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임금피크 대상에는 9개월 ~ 30개월(임금피크 대상자의 연차에 따른 구별)치의 기본급, 일반직원의 경우 19개월의 치의 기본급을 지급한다. 우리은행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은 2015년 238명, 2016년 316명이 지원하는 등 증가추세에 있다. 이번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한 직원들은 2017년 5월까지 교육을 받게된다.  

신한은행(행장 조용병)은 내년 초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 중에 있다.

지역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은행(행장 김한)은 지난 달 100여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올해 은행업계는 모처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중은행 당기순이익.jpg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1조5천117억 원의 누적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1조2천530억 원보다 2천587억 원 가량 증가했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1조1천9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9천638억 원 대비 2천11억 원 가량 뛰었다. 우리은행 역시 1조1천171억 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8천538억 원에 비해 순이익을 2천632억 원이나 순이익이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1조1천6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9천638억 원보다 2천11억 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업계에 희망퇴직 바람이 부는 이유는 은행의 '효율화'와 임직원의 '인식 변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핀테크 기술 발달 등으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환경이 모바일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비대한 조직 효율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의 출장소 등을 포함한 지점 수는 총 4천944개로, 지난해 말(5천96개) 대비 152개(2.98%) 줄었다.

은행 임직원들도 '신의 직장'이라 불이던 예전과 달리, 영업점 축소와 성과연봉제 등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금융 환경 변화로 제 2의 인생 설계를 위해 '챙겨줄 때 떠나자'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아닌 일반 직원은 최대 36개월치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50대 초·중반 부장급 신청자는 퇴직금을 포함해 5억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장급과 차장급이 받는 액수는 2억~4억 원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월급보다 조금 적은 액수지만 20개월치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한번에 받는다. KEB하나은행은 22~27개월치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고, 최대 2천만 원의 자녀학자금과 최대 1천만 원의 건강관리 지원금도 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금융환경 속에서 성과연봉제 본격 도입 이전에 떠나려는 직원들이 많아진 것이 주요인 듯 하다"며 "두둑한 퇴직금을 바탕으로 제 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직원과 연차 10년이 넘은 가정과 아이가 있는 여성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희망퇴직자 증가 현상과 관계가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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