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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의 기부금 투명성 강화...깨끗한 기부문화의 첨병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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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의 기부금 투명성 강화...깨끗한 기부문화의 첨병되길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7.02.27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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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비롯한 재계가 기부금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기업의 기부문화가 대폭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다 투명한 기업의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삼성이 해야할 일을 했다고 여겨진다. 

삼성의 기부금 투명성 강화는 10억 원 이상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집행한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자기자본 0.5% 이상, 특수관계인에대해서는  50억원 이상이었다. 즉, 기부금 이사회 의결 액수가 50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사회 의결사항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알리고, 사전 심사를 위한 심의회도 신설키로 했다. 1천만 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이 심의 대상이다. 운영현황과 집행결과는 감사위원회에서 사후에 점검이 이뤄지도록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받으며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의 표적수사 대상이 되고, 구속까지 된 상황에서 삼성은 향후 다시는 기부금으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운 모습이다.

SK그룹 역시 10억원 이상 기부금을 낼 때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했다고 한다.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 등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을 겪으면서 기부금 운용을 투명하게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삼성에서 시작된 기부금 투명성 강화움직임은 재계 전반에 확산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불분명한 목적의 기부금을 집행 전 사전에 심의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이번 결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까다로운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외부의 압력에 의한 각종 후원금과 기부금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제2의 최순실 게이트를 막겠다는 삼성의 의지다.

1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공시를 통해 알린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이다. 그동안 공시에 기부금을 적는 항목이 있었지만 각 업체들이 자의적으로 숫자를 기재해와서 어떤 항목에 어떻게 지출이 됐는지 주주들이 정확히 알기란 어려웠다. 앞으로는 1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은 공시를 통해 알려야 하므로 삼성의 기부활동을 주주들이 일목요연하게 알게되고 감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삼성으로부터 후원금이나 기부를 요청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기부금이 1천만 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조건 심의회의를 거쳐야 하고 10억 이상의 거액일 때는 이사회 의결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1천만 원 미만으로 기부금을 신청하는 꼼수(?)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삼성의 이번 기부금 투명성 강화조치로 인해 기업들의 건전한 기부마저 억제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장 기업들의 기부절차가 까다로워 지면서 기부금을 통해 생존하는 민간 단체들은 타격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투명하지 못한 기부금이 많았던 만큼 견디고 이겨내야할 산고(産苦)라 여겨진다. 깨끗한 곳에 명명백백히 알리고 기부를 하겠다는데 10억 원이든 500억 원이든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삼성의 이번 결정이 깨끗한 기업 기부문화의 첨병이 되기를 기대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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