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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살보험금 논란' 생보 3사, 소비자보호보다 CEO보호가 먼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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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살보험금 논란' 생보 3사, 소비자보호보다 CEO보호가 먼저였나?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03.03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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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여간 공방전이 이어지던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이하 자살보험금) 이슈가 결국 금융당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소멸 시효가 지난 보험금에 대해 미지급→일부지급→전액지급으로 태세 전환을 하던 생명보험사 3사도 결국 전액지급 결정으로 돌아섰다.

이마저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과 지연이자까지 모두 지급하지만 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에 대한 첫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2007년 9월 이전 계약 건은 원금만 지급하는 부분 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이번 보험금 지급 결정을 두고 얼마나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생보사들은 문제가 있었던 약관에 대해 '실수'라는 이유와 함께 약관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금융감독원의 책임도 있다는 논리로 그동안 자살보험금 이슈를 주도해왔다. 특히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소멸시효가 끝난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의 우려가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도 불과 한 두달 전의 일이다.

지난해부터 중·소형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강경한 대응을 이어갔다.

강경 일변도로 이슈를 주도해왔던 이들의 태도를 단 며칠 새 180도 돌린 것은 바로 'CEO 리스크'였다.

지난 달 23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주장을 관철하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중징계를 내렸다. 재해사망특약 판매정지 최대 3개월,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향후 3년 간 금융회사 재취업과 연임이 불가능한 '문책경고'가 내려졌다. 더욱이 제재심의위 개최 불과 수 시간 전에 지급 결정을 내리는 꼼수를 꺼낸 교보생명은 대표이사의 연임은 지켜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움직임은 바빠졌고 삼성생명은 지난 2일, 한화생명은 3일 열린 이사회에서 잔여 자살보험금 미지급 전액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이번 제재심의위 징계가 확정되면 총수 부재 상황에서 새로운 CEO 선임이 부담스럽고 신사업 진출이 3년 간 어려워지면서 추후 금융지주사 전환이 어려워진다는 판단에 따라 전액 지급으로 선회했다. 

그들이 줄기차게 방어논리로 내세우던 금감원의 책임론과 대법원의 판결 그리고 배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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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수 년간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할 때는 꿈쩍도 않다가 뒤늦게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생보사들의 공식입장을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비자보호와 신뢰 회복이 우선이었다면 이 문제를 4년이나 끌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전액 지급으로 입장이 선회하면서 보험사에 중징계를 결정한 금감원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뒤늦게 보험금 지급을 했다는 점을 참작해야할지 아니면 원안대로 그대로 결정을 내려야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특히 CEO 징계건은 금감원장 전결 사안이라 CEO 연임 여부가 진웅섭 금감원장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진웅섭 원장의 결정에 따라 CEO들이 설령 징계를 면하게 되고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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