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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철강업, 죽쓰는 조선업...위기대응 방식이 명운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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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철강업, 죽쓰는 조선업...위기대응 방식이 명운 갈랐다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7.03.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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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 굴뚝산업인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반면, 조선업체들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불황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철강업계는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조선업계는 보여주기식 구조조정으로 일관하며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수 년간 최악의 업황을 보여왔던 철강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더니 올해 1분기에는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강재 가격은 지난 수년간 줄곧 내리막길을 보여왔다. 2000년대 후반 톤당 140만 원에 달하던 후판 가격이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50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철강재 가격은 철강업황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로써 가격이 상승세면 업황도 일반적으로 호조임을 뜻한다.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철강재 가격 상승세가 1분기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는 주요 철강재 판매가격을 올해 1분기에만 10만 원 이상 인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들의 실적도 함께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4년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던 포스코는 올해 1분기에도 호성적이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철강업체들 중 가장 탄탄한 모습을 보이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워크아웃을 진행할 정도로 어려웠던 동국제강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천143억 원을 올리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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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대우조선해양은 실적미발표로 증권사 컨센서스(E).

반면 조선업계는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속된 구조조정으로 현대중공업 등 일부 업체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매출이 크게 줄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 해체로 독자생존에 나서야 하며,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

15일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워크아웃을 추진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연내 대우조선해양에 3조원 대 부족 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워크아웃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인하고 있지만 '설'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대우조선해양 혼자 힘으로 막는 것은 역부족인 상황으로 회생을 위해서는 정부의 수조원 혈세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만이 그나마 실적면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매출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 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이 2015년 46조 원에서 지난해 39조 원으로 7조 원이나 빠졌다. 현대중공업은 각 사업부의 기업분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지만 지난해 조선 뿐 아니라 전 사업부 수주가 전년비 감소하는 등 고전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는 수주절벽 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점에서 미래가 어둡다는 평가다. 1월과 2월 두달 간 국내 조선3사가 수주한 선박과 해양플랜트는 1월 4척, 2월 2척 등 6척에 불과했다. 몇 년째 수주난이 지속되는 바람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일감이 줄어들기 시작해 2018~2019년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부터 수주가뭄이 풀릴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선박의 건조계약 금액이 바닥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수주해도 문제'란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다른 위기대응 방식이 차이 불러

이렇게 같은 굴뚝산업인데도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현재 상황이 차이가 나는 것은 양 업계의 위기대응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수년 간의 불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철강업계는 시장 자율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있는 분야는 대형화, 전문화 시키고 노후시설은 감산, 폐쇄를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유니온스틸과 현대하이스코, 포스코 특수강 등 굵직한 업체들이 인수합병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시절 방만한 경영으로 커졌던 회사를 계열사 수십개를 매각하며 축소시켰다. 동부제철은 당진 전기로 제철소 가동을 중단하며 냉연사업에만 집중시켰다. 동국제강은 자발적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까지 맺고, 주력사업이던 후판 비중을 대폭 낮췄으며, 그토록 건축에 공을 들였던 사옥 '페럼타워'까지 매각했다.

이러한 뼈를 깎는 선제적 구조조정의 결과 철강업계는 보다 빨리 업황반등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중국 철강사들이 한계에 직면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상황에서의 대응방식은 모범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처럼 수년간 불황이 지속된 것은 똑같았지만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조선업계는 불황 속에서 선박 수주로는 기존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해양플랜트에 손을 대 조 단위의 손실을 입었다. 조선업과 무관한 회사들에 투자해 손실을 입기도 했고, 위기상황을 숨기고 실적을 부풀리며 부실을 키웠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013년 영업이익이 4천242억 원, 2014년 4천543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지만 감사원 조사결과 실제 영업이익은 165억 원 적자, 2014년에는 6천392억 원 적자였다. 이렇게 영업이익을 부풀려 임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는 도덕적 해이까지 보였다. 회사가 수년간 수조 원의 적자를 냈어도 전 CEO들은 수십 억 원의 퇴직금을 받고 물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불황 속 위기상황에 안일하게 대응하며 위기를 스스로 키운 부분이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축소시켜 지금의 기회을 잡고 있다"며 "조선업계는 성장과정에서 위기상황을 겪은 적이 별로 없지만 철강업계는 한보사태 등의 굵직한 위기상황을 경험하며 위기 DNA를 키운 것이 양 업종의 온도차를 만들어 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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