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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문의 소견서로 보험금 거절, 승복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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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문의 소견서로 보험금 거절, 승복할 수 없다면?
'편파적 심사' 소비자 불만 커져...동의 절차도 문제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04.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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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평택에 사는 박 모(여)씨는 얼마 전 무릎 통증이 지속돼 병원을 찾았다가 내측반월상 연골부분 절제수술을 받았다. 며칠 간 입원까지 해야 했고 수술 직후 박 씨는 17년 째 유지중인 건강보험으로 수술비 지원을 받으려 보험금 청구를 했다. 하지만 보험사 측에서는 자사 자문의 소견 상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라며 수술비 보상은 어렵고 입원비 지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씨는 '자문의 제도'라는 것도 몰랐고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보험사에서 자문의 소견을 가져와 당황스러웠다고. 보험사 입장을 납득하기 어려웠던 박 씨는 제3의 전문의 소견을 받자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답답해 했다.

보험사들이 접수된 보험금 청구건에 대해 자문의사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보험사 자문의 제도'를 두고 업체 위주의 편파적인 심사라는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주치의 소견서를 포함해 보험금을 청구한다. 이 때 보험사들이 과잉청구나 사기 피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자문의 제도를 이용해 보험금 청구를 재심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애초 진단결과를 뒤집는 심사 결과로 인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거나 금액이 축소되는 사례가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자문의들이 보험회사로부터 위촉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다 자문 1건 당 소정의 자문료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배경을 가진 자문의들이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냐는 것이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당국이나 협회 등 유관기관들도 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협회·보험사 '의료심사위원회' 사실상 유명무실...자체 자문의 의존

삼성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국내 주요 보험회사들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이하 생보협회, 손보협회) 등 유관기관은 보험금 청구 심사 시 자문 의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의료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각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 의사들이 지급 여부에 대해 자문을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업권별 운영 현황은 조금씩 다르다. 손보업계의 경우 손보협회 산하 '의료심사위원회' 또는 각 손보사 자문의들이 보험금 청구건에 대해 심사를 하고 있지만 생보업계는 개별 생보사들이 자사 자문의로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협회와 각 손보사 모두 풀(Pool)이 있어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의료 자문을 하고 있는데 기본은 협회가 맡고 각 손보사들도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매 년 자문의사들을 위촉하고 있고 자문 의사 명단은 병원 및 소속부서까지만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도 "수 년전부터 의료심사위원회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지만 자문의 명단은 보험계약자와의 이해관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문의의 소견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계약자가 자문 결과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보험사와 협의 후 제3 의료기관에서 재심의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보사들은  자체적으로 자문의사들을 위촉해 운영하고 있다.  생보협회 측은 "협회 산하에 의료심사위원회가 있지만 자문의로 활동하는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자문의 판단에 의해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데 따른  의사들의 부담감이 상당해 자문의 위촉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자문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나오고 난 뒤 외과의학회, 암의학회 등 의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병리의학회·외과의학회·내과의학회 등 분야별로 자문의 집단을 구성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

생보협회 관계자는 "과거 금융당국의 지적 이후 의료심사위원회를 협회 차원에서 꾸렸지만 자문의 대상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아 위촉대상을 찾기 어려웠다"며 "협회 자체적으로는 의료심사 기구는 있지만 구성원은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결국 개별 보험사들이 위촉한 자문의들의 판단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사실상 결정되다보니 공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더욱이 자문의 명단도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결론이다.

◆ 보험금 청구 전 '자문 여부'조차 몰라...강제성 없음에도 영향력 커

'자문의 제도'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사로부터 자문의 소견에 의한 보험금 지급결정 통보를 받은 소비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보험사가 자체 자문의에게 소견을 받기 위해서는 보험 계약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하는데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

이를 두고 대다수 보험사 관계자들은 자문을 받기 전 해당 계약자에게 반드시 동의를 받고 진행하고 있으며 계약자가 거부하면 보험사와 계약자가 합의를 통해 선정한 제3 기관에서 선정해 자문을 받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금 청구를 위한 개인신용정보동의서에 외부자문 동의에 대한 내용을 넣어 통합위임장 형태로 일괄 동의를 받고 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계약자가 항의를 해도 이미 정보제공 동의를 한 상황이라 억울해도 달리 방법이 없다.

보험사들은 자체 자문의사들의 소견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참고자료'로만 활용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제3 의료기관 도는 전문의로부터 재심사를 받거나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 자체 자문의들의 소견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년 11월 보험사 자문의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문의 풀(pool)' 제도를 도입하고 자문의의 선임조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밝혔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버려진 셈이다.

그 사이에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은 연간 수 백여 건에 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보험금 지급 관련 피해구제 건수가 611건이었는데 그 중 보험사 자체자문을 근거로 지급한 경우가 124건으로 20.3%에 달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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