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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장력강판 많이 쓰면 좋은 차?...자의적 기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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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장력강판 많이 쓰면 좋은 차?...자의적 기준일 뿐
업체별로 강성 인장강도 기준 제각각...일괄 잣대 없어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7.05.2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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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는 올 1월 출시한 신형 모닝에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중을 기존 22% 대비 2배인 44%로 늘렸다고 홍보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3월 출시한 SM6에 초고장력 강판을 18.5% 적용했다고 홍보했다.

그렇다면 초고장력 강판이 더 많이 쓰인 신형 모닝이 SM6보다 안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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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가 신형 모닝의 초고장력강판 비율을 홍보한 사진과 문구.


최근 수년간 자동차업체들이 고장력,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가볍고 안전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마다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소재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강판은 재료의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인 인장강도에 따라 저강도강(LSS; Low Strength Steel), 고강도강(HSS; High Strength Steel), 울트라 고강도강(UHSS; Ultra High Strength Steel)으로 구분되고,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 기준에 따라 마일드 스틸(Mild Steel), 컨벤셔널 고강도강(Conventional HSS), 첨단 고강도강(AHSS; Advanced High Strength Steel)으로 나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초고장력강판 분류 기준을 국제철강협회 산하 자동차분과위원회인 월드오토스틸(World Auto Steel) 기준에 따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초고장력 강판은 AHSS급인 인장강도 590MPa, 환산 시 60kg/㎟급 이상으로 지칭하고 있다. 초고장력강판의 강성은 'kg/㎟'로 구분하는데 590Mpa 이상 인장강도를 초고장력강판으로 분류해서 환산해보면 약 60kg/㎟ 단위가 나온다. 1㎟ 면적당 60㎏ 이상의 힘을 견디는 강판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보는 셈이다.

◆ 제조사마다 기준 천차만별...현대기아차는 60kg/㎟ 이상, 토요타는 100kg/㎟ 이상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발표하는 초고장력강판 적용비율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현대기아차는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을 'AHSS' 기준인 60kg/㎟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 역시 현대기아차와 동일한 적용비중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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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토요타 자동차는 980MPa, 환산시 100kg/㎟ 이상의 강판부터 초고장력 강판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르노삼성도 토요타 기준에 따르고 있다.

벤츠, BMW 등 독일계 자동차사들은 초고장력강판 비율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강판 비율을 차량 홍보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토요타나 르노삼성은 100kg/㎟ 이상부터 초고장력 강판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같은 양이 쓰였더라도 현대기아차보다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면서 초고장력강판을 51.7%나 적용했다고 홍보했지만 60kg/㎟을 적용했을 때 수치다. 80kg/㎟으로 적용하면 21%로 뚝 떨어지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아이오닉에 차량의 53%를 초고장력 강판 적용했다고 발표했고, 토요타는 4세대 프리우스에 19% 수준의 초고장력강판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아이오닉이 더 많은 초고장력강판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토요타가 프리우스에 대해 60kg/㎟ 이상을 초고장력강판으로 표기할경우 적용 비율이 크게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 주장대로 현대기아차 등이 꼼수를 썼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가 일부러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 기준을 낮춰 자사의 자동차가 안전하게 보이도록 편법을 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이 따르고 있는 국제철강협회 산하 월드오토스틸 기준을 따르고 있다.

업체들마다 초고장력강 적용비율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은 자동차업계에 초고장력 강판에 대한 공통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초고장력강판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며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수단으로 활용한 지가 얼마되지 않아 공통 기준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다. 

◆ 초고장력강판 공통 기준 만들어야..."비율높아야 안전" 소비자 인식 개선도 중요

지금부터라도 자동차업계가 학계와 정부 공조 하에 초고장력강판 적용비율에 대한 공통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숫자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초고장력 강판 비율만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초고장력강판 비율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중 강조는 자칫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시켜 구매자가 자신의 의도와 다른 선택을 할 소지를 주기 적용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한편 공통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비율기준이 높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회원사로부터 공통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의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가 애매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초고장력 강판이 무조건 많이 쓰인다고 해서 차체가 안전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을 무조건 단단하게 만들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충격흡수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승객들에게 충격이 갈 수 있다. 최근에는 차체에 고장력 강판 뿐 아니라 더 높은 인장강도를 지닌 알루미늄 합금과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치상으로 표기도 되지 않는다.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높다고 해서 소비자 안전성이 비례해 올라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비율보다는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됐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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