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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만 끼우면 된다고?...반쪽짜리 단말기자급제 5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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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만 끼우면 된다고?...반쪽짜리 단말기자급제 5년째
해외직구 단말기 차별등 불편 여전...개선 시급
  •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 승인 2017.06.13 08: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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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통신사에서 핸드폰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이용자가 직접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매한 뒤 통신사에 개통을 요청할 수 있는 ‘단말기자급제’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반쪽 시행’에 그쳐 소비자 불편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무 휴대전화나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해외의 단말기자급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사에 등록된 단말기만 사용 가능해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유심만 끼우면 사용 가능"... 단말기자급제 믿고 해외 태블릿 구매했다 낭패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최근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태블릿을 구매했다가 개통에 애를 먹었다.

통신사가 시행 중인 단말기자급제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성능 좋은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가능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지난했다”며  “다시는 해외 구매 단말기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답해했다.

박 씨는 태블릿에 유심을 장착해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자 상대적으로 값싼 알뜰폰(MVNO) 유심을 구매했다. 그러나 유심만 장착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유심은 작동하지 않았다.

알아보니 박 씨의 태블릿은 ‘통신사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라 고유일련번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국제모바일기기식별코드(IMEI) 값을 통신사에 등록해야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했다. 통신사 전산망에는 통신사에서 유통하는 단말기만 등록돼 있다는 것.

특히 알뜰폰의 경우 상위 이통사에 IMEI값 등록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뤄져 한 단계를 더 거쳐야해 등록에만 2~3일이 소요됐다.

박 씨는 “소요기간 동안 데이터를 쓸 수 없는 상태로 요금만 지불했다”며 “유심만 끼우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던 단말기자급제 홍보 내용과는 너무 다른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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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제품을 잘 다룰 줄 모르는 소비자라면 무작정 '단말기자급제'를 믿고 해외직구로 휴대전화/태블릿을 구매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 "아무 단말기나 자유롭게 사용가능"?...통신사에 등록해야 

실제 박 씨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단말기자급제는 미등록 단말기도 자유롭게 사용가능하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단말기를 등록해야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통사의 단말기 일련번호 관리 방식은 크게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로 나뉜다.

화이트리스트는 통신사 전산망에 등록된 단말기만 통신망에 접속이 가능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로 휴대전화를 이통사 등에서 관리해왔던 우리나라나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해왔다.

그 외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블랙리스트 방식으로 단말기를 관리한다. 원칙적으로 아무 단말기나 유심만 꽂으면 통신망에 정상적으로 접속가능하다. 다만  분실·도난 등 불법 우려가 있는 단말기만 등록해 통신망에 접속하지 못하게 한다.  화이트리스트보다 소비자 선택권이 훨씬 더 크게 보장돼있다는 평가다.

2011년까지 국내 이통사들은 분실·도난·밀수 등의 우려를 없애고 통신망에 적합한 단말기만 서비스한다는 명분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통신사가 단말기 시장을 사실상 지배할 목적에서 소비자에게 극도로 불리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단말기자급제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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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초 대안으로 알려졌던 해외와 같은 블랙리스트 제도와는 달리 국내는 화이트리스트가 유지되며 예외적인 조치만 추가된 수준으로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 

유심(USIM)교체 시 ‘타사유심기변’이라는 형태로 국내 타 통신사 등록 단말기 사용이 가능해졌다. 해외직구 등으로 통신3사 어디에도 IMEI가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에 대해서도  ‘미등록단말기’ 성격의 OMD(Open Market Device) 등으로 인식해 사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이 경우 장문 문자 메시지(MMS, LMS 등)가 지원되지 않을 수 있고, LTE모델이라도 ‘LTE 음성통화’는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통신사에 반드시 IMEI를 등록해야 한다. 소비자 차별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신 모(남)씨는 “해외에서 직구한 샤오미 홍미노트 모델을 몇 달 간 사용 중이었는데, 최근에서야 미등록단말기는 통화 시 LTE에서 3G로 전환돼 음성통화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나 같은 젊은 사람이야 수고롭더라도 IMEI를 찾아내 통신사에 등록하겠지만 연로한 어른들이나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급제단말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화이트리스트 제도는 분실·도난 및 통신규격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 형성 초창기부터 20여년 이상 지속돼 정착돼 왔기 때문에 변화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다만 자급제 시행 이후 직구 등을 통해 단말기를 자급한 소비자들이 IMEI등의 전산등록 절차를 온라인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용이하게 처리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1월 이통사들이 단말기를 관리·판매하지 못하도록 이통사와 단말기 유통사를 완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 같은 소비자 불편이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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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 2017-06-13 16:44:59
kt가 6월3일~7일 전산망 작업 후 현재까지도 유심기변이 안되고 있음.
이정도면 복구 불가능?
여전히 화이트리스트를 유지하거나 유심락을 걸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