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소비자 괴담] 전산장애로 주식 거래 못하면 증권사가 100% 보상해야?
상태바
[소비자 괴담] 전산장애로 주식 거래 못하면 증권사가 100% 보상해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06.27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소비생활 중 생겨난 오해와 편견은 ‘소비자 괴담’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해묵은 오해는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고 소비자와 기업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분야별로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가진 오해와 편견, 고정관념을 심도 있게 짚어봄으로써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기업 죽이는 소비자 괴담..오해와 편견을 깨자'는 주제의 연중 기획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비자의 생각과 기업의 입장,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오해를 풀고 신뢰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경북 포항시에 사는 서 모(남)씨는 지난 1월 2일 미래에셋대우 전산장애로 인해 곤욕을 치러야했다. HTS와 MTS 모두 불통이었고 지점 측과는 오후 2시경에야 겨우 통화가 됐지만 "통합 앱을 설치하면 된다"는 식의 미봉책이 전부였다고. 서 씨는 전산장애가 발생한 시간에 매수 및 매매를 하지 못한 기회비용 보상을 요구했다. 한달 뒤 6개월 수수료 쿠폰 제공이 전부였다.  서 씨는 "증권사의 전산장애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경우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산시스템 교체 또는 회사 통합으로 인한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전산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업체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전면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각 사별로 전산장애 인정 기준과 보상체계가 있어 '전산장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보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가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각 증권사들의 전산장애 관련 매뉴얼을 보면 '전산장애'는 증권사 책임으로 증권사 전산시스템에서 장애가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유관기관이나 통신사 또는 개인 PC, 휴대전화의 문제로 발생한 장애는 인정되지 않는다.

전상장애로 인한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선 투자자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손해를 입었는지 입증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증권사들이 전산장애 보상금액 산정 기준을 '장애복구 시점의 주가와 마지막 주문시점의 가격차'로 두기 때문이다. HTS와 MTS 로그 기록이나 전화주문 내역이 해당된다. HTS와 MTS 접속이 불가능하면 전화주문이나 영업점 주문을 통해 '비상주문'이라는 점을 밝혀야 주문 시점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0619001.png
예를 들어 보유주식이 폭락했는데 전산장애로 매도를 하지 못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대신 투자자가 주식 매도를 시도하려는 기록(로그 기록 또는 전화주문 내역) 등 객관적 기록이 있어야 한다. 특히 HTS와 MTS 장애 발생 화면을 캡쳐하거나 동영상 촬영을 해 장애 상황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면 보상 과정이 좀 더 수월하다.

증권사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상황은 앞서 사례처럼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이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A전자의 주가가 폭등을 했는데 전산장애 때문에 매수를 못했다는 이유로 거래 증권사에 주식을 매수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를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경우로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전산장애로 인해 HTS와 MTS는 먹통이 됐지만 전화주문 및 영업점을 통한 주문이 가능한 경우도 직접적 보상에서 제외된다. 각 증권사는 전산장애 발생 시 다른 채널의 수수료를 온라인 기준으로 자동 전환시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주문량이 일시적으로 몰려 주문체결이 지연되는 점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화 주문이 밀리거나 영업점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때 되도록이면 빠른 콜백을 통해 매도 주문 접수가 이뤄지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 "보상기준도 객관적인 매도 시점없이 기회비용으로 책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주식거래 채널에서 HTS와 MTS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철저한 전산망 관리와 보상체계 구축은 수반되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