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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배관, 동에서 값싼 알루미늄으로 슬쩍 바뀌더니...소비자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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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배관, 동에서 값싼 알루미늄으로 슬쩍 바뀌더니...소비자만 골탕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7.07.18 08: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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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오 모(여)씨는 약 5년 전 삼성전자 에어컨을 구매해 사용하던 중 최근들어 시원한 바람이 나오질 않아 AS를 받았다. 수리기사는 알루미늄 소재의 실외기 배관이 부식돼 가스가 새는 것이라며  25만 원의 수리비용을 청구했다.

오 씨는 "배관소재를 동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루미늄일 줄 몰랐다"며 "구매 당시 돈을 더 주고라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면 동을 썼을텐데 선택사항이 없었던 지라 억울하다"고 말했다.

에어컨 배관배관.JPG
▲ 왼쪽 세번째만이 동 배관이며 나머지는 모두 알루미늄 배관이다. 일반인은 표면만 보면 둘을 구별하기 어렵다. 보온재를 살짝 벗겨서 끝 부분 단면이 주황색을 띄면 동 소재다.

에어컨 설치시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배관에 어떠한 소재가 쓰이는지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알루미늄 배관은 동 배관에 비해 융점이 낮아 화재 위험도가 높고, 부식되기가 더 쉬워 소비자 주의가 요망된다.

4~5년 전부터 새로 제조되는 에어컨 실외기 배관에는 알루미늄 소재가 동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주로 동 배관을 사용해왔지만 제조사들이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알루미늄 배관 비중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은 알루미늄보다 공기 중에서 산화할 확률이 절반 이하고 강도는 3배 이상 높다. 내구성이 좋아 배관이 부식하거나 에어컨 냉매가 유출될 가능성이 대폭 낮아진다. 최근 나오는 에어컨들의 친환경 냉매 역시 상대적으로 압력이 강해 동 소재 배관이 더 적합하다.

반면 알루미늄 배관은 원가가 더 낮고 연성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동에 비해 균열, 파열이 쉽고, 구멍이 잘 나서 가스가 새고 냉방력이 떨어진다. 이전 설치를 할 경우 재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설치비용도 이중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비용을 더 주더라도 실외기 내구성을 높이고 싶은 소비자는 동 배관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제조사들이 설정해놓은 대로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수리기사들이 설치시에 동 배관을 쓸 것인지 알루미늄 배관을 쓸 것인지 물어보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설치 시 동 배관을 선택했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알루미늄 배관으로 시공을 해놓고는 동배관으로 시공했다며 비용을 받는 수리기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배관임에도 동배관처럼 색코팅을 입힌 배관이 시중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보온재를 살짝 벗겨서 끝 부분 단면이 주황색을 띄면 동 소재다.

제조사 관계자는 "에어컨 배관자재까지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규정은 없으나 앞으로 판매정책 수정조치는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 중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에어컨 배관소재로 동 사용을  늘리는 선택도 있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하는 '휘센 듀얼 에어컨' 전제품의 배관에 동 소재만 사용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까지는 동과 알루미늄을 함께 사용했다"며 "원가 부담이 높아지지만 고객 편의성과 사용 안전성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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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2017-07-18 18:25:46
엘지전자야 그러면서 왜 에어컨 내부 열교환기는 알루미늄 소재를 쓰냐? 동이 좋으면 다 바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