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가진 오해와 편견, 고정관념을 심도 있게 짚어봄으로써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기업 죽이는 소비자 괴담..오해와 편견을 깨자'는 주제의 연중 기획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비자의 생각과 기업의 입장,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오해를 풀고 신뢰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 모(남)씨는 얼마 전 차를 바꾸기 위해 신차를 알아보던 중 고민에 빠졌다. 정 씨의 마음을 뺏은 차량의 엔진이 가솔린 터보 엔진과 디젤 일반 자연흡기 엔진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터보엔진은 일반엔진과 토크는 비슷한 반면 출력은 훨씬 높았다. 그리고 2륜 구동 단일 트림인 일반엔진과는 달리 4륜 구동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 씨는 결국 고민 끝에 일반 엔진 모델을 구매하기로 했다. 평소 터보 엔진이 관리가 까다롭고 일반 엔진보다 수명이 짧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가 터보엔진을 적용한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일부 브랜드는 전 차종에 터보엔진화 수순을 밟기도 하는데, 터보엔진을 라인업으로 갖추고 있지 않은 차량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쉐보레 말리부처럼 일부 모델은 자연흡기 모델 없이 터보엔진만 장착돼 출시되는 차종도 있다.
이처럼 터보엔진이 인기를 얻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 고효율을 추구하면서다. 자동차 업계는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엔진을 저 배기량으로 바꾸는 다운사이징을 선택하고 있다. 다만 배기량이 감소하면 엔진 성능도 함께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터보 엔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터보차저(Turbocharger)를 부착한 터보엔진은 일반엔진에 비해 실제 배기량 보다 높은 배기량의 출력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일반엔진 대비 연비와 배출가스에서 월등한 성능을 낸다. 터보 차저는 내연기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엔진의 배출가스 압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린다. 이 회전력을 이용해 흡입하는 공기를 대기압보다 강한 압력으로 밀어넣어 출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터보엔진이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터보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가 깊다는 점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는 일반엔진에 비해 고장이 많고, 관리가 까다로우며 결과적으로 수명이 짧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직까지도 일반엔진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도 많다.
이에 대해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과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들은 “차량 기술력의 발전으로 터보엔진의 관리방법과 수명이 일반엔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지적됐던 터보엔진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터보 차량들은 예열과 후열이 필수나 다름없었다. 예열을 하지 않으면 엔진관련 계통에 윤활이 충분히 되지 않아서 제 성능이 나오지 않고, 터빈의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는 터보 차량들은 예열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도록 설계됐고, 내구성도 강화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의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춰 엔진 크기는 줄이고 터보차저를 달아 출력을 높이는 터보엔진이 일반화되고 있다”면서 “국내에 수입되는 한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터보엔진이 아닌 차를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엔진의 판매가 더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여전히 터보엔진 보다는 일반엔진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추가 부품이 들어가고 복잡해지면 고장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지만 제대로 만든 터보엔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가솔린 터보엔진을 쓰고 있다”면서 “한 독일계 브랜드의 가솔린 엔진은 거의 다 터보고 자연흡기는 점차 없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 역시 “과거에 터보엔진에 잔고장이 잦다는 소문이 많았지만 그건 거의 10년 전 이야기이며 지금은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단점을 충분히 보완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터보 엔진과 일반 엔진별 특성에 대해 제조사들의 보다 세밀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엔진을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터보 엔진은 디젤에 한정되거나 혹은 고성능 스포츠카에나 장착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면서 “특히 국내에서는 주로 일반 차량 운전자들이 고출력을 원할 때 터보차저를 얹어 성능을 강화하는 식으로 터보엔진을 사용했던 게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터보엔진은 고성능 차량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다운사이징 모두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라며 “제조사들이 터보엔진에 대해 보다 세밀한 차량 안내를 한다면 소비자들이 차량 선택 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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