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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봉’된 실버 세대...악덕상술, 그 교묘한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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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봉’된 실버 세대...악덕상술, 그 교묘한 실태
  •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 승인 2013.05.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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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앞두고 이동통신, 인터넷 결합상품, 케이블TV 등 디지털기기 및 서비스 정보에 취약한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노인 등 부모세대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악덕 상술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떴다방(홍보관)’ 관련 피해가 집중됐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그 영역이 통신이나 디지털기기 등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더욱이 예전 무명의 떴다방과는 달리 디지털서비스 관련 사업자가 대부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유명 대기업들이다보니 중장년∙고령층 소비자들이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믿고 경계심을 적게 가지는 것도 피해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 조사 결과 ‘50세 이상 부모세대 대상 정보통신 및 IT관련 악덕 상술’에 대한 민원 건은 2010년 58건, 2011년 86건, 2012년 272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무려 216.2%나 증가했다.

중장년. 고령층 소비자들이 피해 구제에 소극적인데다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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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이동통신이 207건(76.1%)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케이블TV·인터넷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30건(11.0%), 초고속인터넷 16건(5.8%), 유선전화 5건(1.8%) 등의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 고가의 최신형 휴대전화나 구형 단말기의 바가지 판매 ◇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빌미로 디지털 수신기기 강매 ◇ 사용하지 않는 초고속인터넷이나 인터넷전화 설치 후 부당요금 과금 등이다.

피해 품목 ‘이동통신’ 1위...구형 단말기 바가지 씌워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부모세대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았던 부분은 단연 이동통신이었다.

사례별로는 ◇ 기기 값 공짜 등을 미끼로 단말기 값을 바가지 씌운 사례가 94건(45.4%)으로 가장 많았고 ◇ 소액결제 등 부당요금 청구 62건(29.9%) ◇ 명의도용에 의한 피해 27건(13%) 순으로 나타났다.특히 기존 단말기의 할부금이나 위약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속여 터무니없는 약정과 가격을 매겨 고가의 스마트폰을 파는 상술이 크게 늘었다.

디지털제품에 대한 정보가 둔감하다는 점을 악용해 구형 제품을 최신 제품이라고 속여 파는가 하면, 휴대전화 작동법이나 요금문의 등 단순한 상담을 위해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찾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을 강매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글을 모르거나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악질적인 사례도 적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선방송에 대한 불만도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지난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일부 케이블업체들의 디지털전환 허위영업이 극성을 부렸던 탓이다.방송 및 IT 관련 지식이 부족한 부모세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케이블로 전환하지 않으면 앞으로 TV를 볼 수 없다고 압박해 디지털 방송 수신기기를 강매하거나 디지털 상품으로 바꿔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꾀어 요금을 부과한 사례들이 쇄도했다.

◆ 미성년자와 달리 피해구제도 어려워

문제는 자녀들이 뒤늦게 부모의 피해 사실을 알아도 구제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법으로는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가입자가 매장에서 직접 서비스에 가입한 경우 단순 변심으로 인한 해지가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은 계약서나 녹취 내용이 없고 요금이나 약정, 위약금 등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허위과장광고로 상품을 판매했다며 계약 위반에 따른 철회를 요구하지만 업체 측은 중요한 내용을 설명했지만 가입자가 나이가 많아 기억을 못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일축하며 막무가내로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기만당한 소비자들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측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도 ‘영업점과 고객 간의 문제’라고 뒷짐 지는 경우가 태반이다.더욱이 약정이라는 발목에 잡혀 수십만 원의 위약금을 토해내야 하는 실정이다 보니 계약해지조차 쉽지 않다.고령화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정보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악덕 상술’ 근절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무료 관광이나 홍보관 등을 미끼로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악덕상술로부터 노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보통신 관련 피해예방 교육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정보통신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정보가 취약한 부모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피해를 줄이려면 사례 중심으로 악덕상술 수법과 예방법, 구제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고객 접점인 대리점과 판매점 등의 편법영업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사례>

#사례1= 80대 치매 노인 꾀어 비싼 휴대폰 팔아도 ‘무죄’ 부산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조금씩 치매 증상을 보이는 아버지를 위해 비상용으로 휴대폰을 장만해 드렸다. 혼자 외출에 나섰다 단말기 전원이 꺼지자 이 씨의 아버지는 가까운 대리점으로 들어가 고장 났다며 기기 교환을 요구했고 판매점 직원이 ‘무료’라며 24개월 약정으로 최신 스마트폰 계약을 체결한 것. 뒤늦게 사실을 안 이 씨가 환불을 요청했지만 ‘본인이 직접 서명을 했다’며 단순 변심을 빌미로 거절했다고. 이 씨는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몇 마디만 해보면 아프신 분이라는 걸 알 텐데 ‘공짜’라고 속여서 가입하다니...”라며 분개했다.

#사례2 = 아날로그 방송 종료 빌미로 노약자 낚아 서울 창동에 사는 안 모(여)씨는 할아버지 댁에 케이블TV용 셋톱박스가 TV와 연결조차 되어있지 않고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케이블방송업체 영업사원이 방문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거론하며 “셋톱박스 없인 TV를 볼 수 없다”고 권하자 장애1급인 할아버지와 75세 할머니는 나라에서 해주는 것이라 믿고 계약서를 작성해 이용 요금을 바가지 쓰게 된 것.안 씨는 “HD니, 디지털 방송이니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는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영업을 하고 설치기사가 퇴사했다며 속임수 가입에 대한 모든 책임을 미뤘다”며 기막혀했다.

# 사례3 = 컴퓨터도 없는 집에 인터넷+IPTV 결합상품 가입시켜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에 사는 윤 모(여)씨는 한 이동통신 판매점이 지난 2월 할아버지 댁에 전화해 ‘추가요금 5천원만 부담하면 된다’며 가입시킨 IPTV 및 인터넷결합상품이 사실상 3년 약정에 3만원 가량의 요금이 부과되는 속임수 계약이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녹취 기록도 없이 컴퓨터도 없는 집에 인터넷결합상품을 가입시킨 사실을 따졌지만 “할아버지가 연세가 많아 기억을 못하는 것일 뿐 안내했다”고 일축했다고. 이통사 고객센터는 ‘영업점과 고객 간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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