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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자동차 3번 고장날 때까지 목숨 걸고 운전해야

차량교환 바늘구멍...요건 완화되도 강제성 없어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7년 10월 05일 목요일 +더보기

# 화재나 운행 중 엔진 꺼져야 중대결함 원주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4월 6천만 원 상당의 벤츠 E200을 구매했다. 구매 다음날 시동을 걸었으나 엔진이상 경고등이 뜨며 차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업체 직원이 출동 후 조치한 뒤에야 시동이 걸렸다. 이후 4차례나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결국 업체 측에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중대결함은 화재가 나거나 운행 중 엔진이 꺼지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김 씨는 “3번씩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야만 중대 결함으로 인정한다니...”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 인수 당일 부품 교체 진단 원주시 행구동에 사는 안 모(남)씨는 지난달 25일 6천900만 원의 지프 그랜드체로키를 구매했다. 차량 인수 당일 주차과정에서 엔진점검 표시등이 들어왔다. ‘프로그램 초기화’를 거치고서야 엔진점검 표시등이 사라졌지만 다음날 또 다시 점검등이 들어왔고 '센서 교환' 진단을 받았다. 타보지도 못한 신차의 부품을 교환하라는 안내에 교환 및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고쳐서 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 신차는 한달에 2번 중대결함? 부산 남항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올해 4월 구매 후 한 달이 지난 제네시스를 운행하던 중 엔진 정지로 견인 서비스를 받았다. 차량 점검 결과 ‘엔진 교체’ 판정을 받았다. 이 씨가 엔진이 아닌 차량 교환을 요구하자 “교환을 하려면 한 달 안에 중대한 결함이 2번 이상 있어야 된다”며 거부했다. 이 씨는 “중대결함이라면 한 번만 발생해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2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차를 바꿔준다는 얘기냐”며 황당해했다.

신차에서 발생하는 중대한 차량 하자에도 교환 및 보상을 외면당한 소비자들이 보상 규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엔진이나 미션 등 중대 결함이 발생해도 차량 교체나 환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민원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주행 중 엔진정지나 핸들잠김 제어장치 이상 등은 대형사고로 이어져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교환 및 환불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상당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26일부터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 발생 시 해결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개정해 시행 중이다. 자동차의 경우 결함 정도에 따른 교환·환급 요건을 완화했다.

또한 명확한 기준이 없던 중대 결함에 대해서도 ‘원동기(엔진) 및 동력 전달 장치, 제동 장치, 조향 장치, 기타 이에 준하는 주행·안전도와 관련된 결함’이라는 조항도 신설했다. 개정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중대결함’ 3회 이상이 반복되면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3번씩 목숨을 잃을 뻔한 뒤에야 교환, 환불이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또한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정됐다지만, 구속력이 없어 권고성에 그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잘 적용되지 않아 실질적인 교환 및 환불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새로 구입한 차량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생해도 차량 교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극히 적다”면서 “고객과 업체 간 교환‧환불을 둘러싼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운전자 목숨’ 걸린 자동차 보상 기준…한국형 레몬법 언제쯤?

반면 업체들은 개정된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최대한 지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앞선 사례의 경우 벤츠코리아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최대한 따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중대결함이 3회 이상 발생할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당사는 정부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중대 결함 여부에 대한 판단이 그만큼 간단하지는 않다”면서 “전문가를 통해 차량의 문제 정도와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중대결함 여부에 대한 판정을 통해 소비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FCA코리아 역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신차 교환 및 환불 규정에 대해 “규정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타 수입업체와 동일하게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 의해 합의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적했던 바와 같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동일하자가 반복되더라도 교환 및 환불 여부는 결국 제조사에 의해 결정된다. 중대결함에 대한 판정마저 제조사의 판단에 의존할 뿐이어서 보상받기는 더욱 하늘의 별따기다.

자동차 업체들이 결함 신차에 대한 교환 환불을 주저하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분이다. 교환 환불해줄 경우 차 값외에 등록세 등 제비용도 사업자 부담이다. 실제로 2천만원 짜리 차량 한 대의 등록세가 차 값의 평균 7~10%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내는 기업 입장에서 교환‧환불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더욱이 단가가 큰 차량의 경우 손해액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소비자와의 협의를 이끌어 내는 쪽으로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차의 경우 교환‧환불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면서 “결함이 발생하면 문제가 있는 차량 부품을 교환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업체들 입장 때문에 강제력이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있으나마나 한 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강제성이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기댄 국내 상황과 달리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등 다수의 선진국에선 자동차 결함에 의한 교환 및 환불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성을 갖고 운전자들의 안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5년 제정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몬법’.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만든 레몬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이 있는 차량을 자발적으로 교환, 환불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강제성이 있는 미국의 레몬법처럼 관련 규정을 강화해 결함 발생 시 기업의 제품 교환‧환불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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