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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장중심 농정과 국가인증제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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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장중심 농정과 국가인증제개혁이 필요하다
  •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 (전)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csnews@csnews.co.kr
  • 승인 2017.08.28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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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살충제 오염 달걀사태가 이제 좀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하다. 결과적으로 1천239개 산란계 농가 중에서 52곳에서 허가받지 않은 살충제를 사용하였거나 허용치를 초과한 살충제가 잔류했다. 약 4.2% 수준의 부적합율이다. 농축수산물의 일반적인 부적합율 1.5%에 비해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해 나가다 보면 우리나라 식품안전행정체계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우선은 부처 간에 일관된 대국민 메시지를 주지 못한 점이다. 식품안전의 위기상황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여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달걀 유통단계에서 60개 샘플조사만으로 우리나라 달걀은 살충제 없다, 안전하다고 했는데 같은 시각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란계 농장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가 기준규격을 어기고 검출됐으면 이미 유통단계를 조사를 하고 발표한 식약처에 보고하고 상의하여 식약처장이 안전하다고 했던 것을 정정하여 다시 발표했어야 하는데 농림부장관은 마치 무슨 개선장군이나 된 듯 나서서 식약처를 무시하고 발표를 하였다. 그때부터 국민들은 안전하다고 한 식약처는 뭐고 살충제 나왔다고 호들갑 떠는 농림부는 뭐냐로부터 행정불신이 초래되었다.

한번 불신이 시작되면 그 다음은 어느 말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국가 식품안전행정의 위기대응에는 일관된 대국민 메시지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위기 시에는 신속, 정확, 그리고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 빠른 전수조사는 신속함을 지켰지만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무리한 속도를 내려다보니 정확성이 떨어지고 부처간 불협화음은 투명성을 의심하게 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살충제 오염으로 인한 안전문제 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나라는 현장중심 농정이 없는 나라였다. 양계업계에서는 최근 닭진드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대책을 요구해 왔다. 닭진드기는 닭의 피부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는 해충인데 닭 한마리에 많게는 30만 마리 이상 기생한다고 한다. 닭진드기 때문에 닭은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이 줄고 폐사까지 한다.

그런데 안전하게 쓸만한 허가된 제품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양계장의 99%는 고밀도 밀집사육을 한다. 유난히 더운 여름철 다닥다닥 붙은 양계장 케이지에 갇혀 닭들은 진드기 등쌀에 죽어나갈 판이다. 농림부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대책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형식적인 지침만 있을 뿐이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교육도 없었다.

양계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다 이 농약, 저 농약 돌아가면서 쓰게 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Fipronil)과 비펜트린(Bifenthrin)은 벼농사나 채소나 과실류 농가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농약들이다.

믿었던 친환경인증은 엉터리 그 자체이다. 52개 부적합 농가 중에 31곳이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세계 최고수준의 고밀도 밀집사육을 하는 양계장이 99%인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인증 (유기농과 무항생제) 농가가 55%를 넘다니. 이는 인증의 부실과 남발이 아니면 불가능한 얘기이다.

친환경인증제도는 국제적으로는 통용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인증이다. 국제적으로는 유기농과 안전인증 즉, 농산물 우수관리인증(GAP)과 식품안전인증(HACCP)이다. 유기농은 자연환경을 고려한 생산과정이며, 안전인증은 인체위해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위해요소중점관리 방식의 생산과정이다. 이번 기회에 개념도 애매한 친환경 인증을 폐기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유기농과 안전인증 체계로 재편하여야 한다. 축산 뿐 아니라 농산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는 유통이다.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의 약 42%는 집하장을 통해 유통된다. 이 경우 집하장에서는 세척과 소독을 하고 기본적인 안전검사를 한다. 집하장에서 부적합이 되면 농가는 달걀을 유통시킬 수 없다. 나머지 중 35% 정도는 개인도매상에 의해 소매점을 나간다. 이 경우에는 어떤 검사과정도 없다. 농가는 부적합 받을 가능성이 있고 가격도 더 내야 하는 집하장 대신 개인도매상에게 달걀을 넘겨 온 것이다. 집하장을 통한 유통을 강화시켜야 일차적인 관리가 가능한데 이 부분도 손을 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급한 조사과정에서 억울한 희생도 묵살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 여주 일대의 6개 농가는 1차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에서 검사 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같은 시료로 재검사한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평가과(검역본부)의 검사에서는 허용치 이내로 적합판정을 받았다. 농림부 검사지침에 의하면 1차 농관원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면 2차 검역본부 검사를 통해 확정하도록 하였다. 스스로 만든 지침을 어기고 1차 판정결과를 언론에 공개하고 지금까지도 수정하지 않고 있다.

10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희생을 만들지 말라했다. 국가행정은 어떤 경우라고 무고한 국민희생위에 영위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정치권이나 타 부처가 안전을 다루는 부처의 수장을 쥐고 흔드는 것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전을 관리하는 부처는 어떤 외부의 압력 없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를 충분히 활용하여 공신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개선해야 할 과제는 거의 나왔다. 살충제 잔류 농축산물, 가공식품 섭취는 단기독성은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국제사회와 전문가의 의견이다. 장기노출의 경우 어린이나 환자, 노인 등 취약계층에서 주의가 필요한 정도이다. 과도한 공포나 불안은 이제 떨어내고 차분하게 식품안전행정 당국의 후속 조치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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