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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혜 변호사 “항공기 지연 따른 소비자 피해 보상해야”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7년 09월 11일 월요일 +더보기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는 불만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항공기 지연으로 여행일정이 크게 어긋나 휴가를 망치고 경제적 손해를 입는 경우도 많지만 항공사에서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예율의 김지혜 변호사는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모아 보상 신청 및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항공기 연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항공사에 책임이 있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예외조항’을 빌미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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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예율의 김지혜 변호사는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모아 보상 신청 및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상에는 ‘안전 운항을 위한 기체 정비 점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의한 지연일 경우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점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뜻하지만 항공사에서 멋대로 안전 운항을 위한 정비에 초점을 맞춰 보상 예외조항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명확한 조사 없이 ‘불가항력적인 사유’라고만 설명하며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소비자 단체 소송이 활발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판례나 조정례가 많지 않다”며 “유럽의 경우 보상 신청 대행업체들로 인해 판례가 확립되면서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도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항공기 지연, 결항 등으로 피해를 볼 경우 보상 신청을 지원하는 사이트 ‘유어라이트’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약 400건에 달하는 피해자가 모였으며, 최근엔 이스타항공 37시간 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모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지혜 변호사는 “국내 역시 피해를 호소하고 보상을 신청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판례와 조정례가 늘어나면 항공사가 책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지혜 변호사와 일문일답


-항공기 연착은 항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따라 ‘몬트리올 협약’ 또는 ‘바르샤바 협약’이 적용된다. 상법에도 몬트리올 협약과 같은 내용 규정이 있기 때문에 국내항공운송도 마찬가지다. 몬트리올 협약의 주요 내용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입증 책임’이 항공사에 있다는 것이다. 항공여객 운송인은 지연으로 인한 여객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항공사가 입증해야 한다.
특히 항공사는 항공기 사고 방지를 위해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 불량 정비, 점검으로 인해 이륙 직전에 기체 결함을 발견함으로써 항공기가 연착된 경우 책임이 가중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지연으로 인한 보상을 받기 힘든가.

문제는 협약의 해석이다.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소비자가 상당한 피해를 입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 항공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쟁의 여지가 있다. 소비자가 받는 스트레스도 크지만 ‘경제적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리 예약했던 교통수단이 취소돼 이로 인해 위약금을 내는 경우 등은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입증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항공사들이 ‘보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공사가 ‘보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상의 ‘예외조항’을 항공사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안전 운항을 위한 기체 정비 점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의한 지연일 경우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점검 시 발견할 수 있던 문제라면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보기 어렵다. 항공사에서는 이를 입증하지 않고 무조건 ‘불가항력적인 사유’란 주장으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외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항공사에서 ‘안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 달라지지 않는다.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소송이 어려운 이유는?

일단 변호사 선임이 쉽지 않다. 항공기 탑승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닌데 소송 참여 인원도 적다. 소송 참여인원이 많이 모이면 정보 역시 많아지기 때문에 증거를 모으기도 쉽다. 일부 소비자는 5만 원, 10만 원 등 소액으로 합의하고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을 귀찮아하기도 한다.
그래도 5월부터 항공기 지연, 결항 등으로 피해를 봤을 경우 보상 신청을 지원해주는 사이트 ‘유어라이트’를 개설해 운영 중인데 약 400건 정도의 피해자가 모였다. 최근엔 항공편, 대체편 모두 결항돼 37시간이 지연됐던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항공기 지연 보상 문제를 지원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아직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에 대한 판례나 조정례가 많지 않다. 다양한 사례에 대해 판례, 조정례가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연 보상을 하는 것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보상 절차가 굉장히 잘 이뤄지고 있는데, 보상 신청 대행 업체들의 힘이 컸다. 피해를 호소하고 보상을 신청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판례와 조정례가 늘어나면서 항공사가 책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현재 5~6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정 사례 역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보상 지원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

무조건 소송으로 가는게 아니라 세 단계에 걸쳐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다. 먼저 항공사에 지연에 대한 보상을 요청한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 저가 항공사 모두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후 한국소비자원에 조정을 신청한다.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강제성이 없다. 여러 방면으로 시도를 한 뒤 안 될 경우 소송으로 가게 된다. 그동안은 ‘보상 불가’ 방침을 고수했던 항공사들이 소송 등 소비자의 움직임이 거세지자 현금 보상을 제시하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보상 기준은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까.

모든 항공기 지연과 연착에 대해 일률적인 보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상황에 대해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달라진다. 기체결함으로 인한 연착의 경우 승객의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어떻게 안내하는지, 이후 운항일정에 대해 공지를 했는지 여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항공사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송으로 갈 경우 보상액, 보상 수준은 더 커질 가능성이 생긴다. 항공사는 예외조항을 멋대로 해석해 보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지키지 않고 있지만 이 정도만 지켜도 소비자 불만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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