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소비자판례] 영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업무상 재해 인정될까?
상태바
[소비자판례] 영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업무상 재해 인정될까?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7.09.21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씨는 B은행에 20여 년 동안 근무하다가 2013년 1월 모 지점의 지점장으로 발령받게 됐다. 이곳에서 A씨는 지점의 여‧수신 영업, 고객 관리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A씨가 발령받은지 한 달 만인 2월, 이 지점이 여신 실적 부진 지점으로 지정돼 대책 수립 등을 보고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이 지점 대출금의 약 8.5%를 차지하던 거래처인 C교회에서 대출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A씨는 2013년 5월부터 정신과에 내원해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 비기질성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무기록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 죽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다. 집에서 목도 매 봤다’ 등 A씨의 심정이 적혀 있었다. 6월에도 다시 정신과에 내원해 자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며칠 뒤인 6월13일, A씨는 출근했을 때부터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좋지 않아보였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시경 ‘점심 약속이 있다’며 회사 밖으로 나갔고 1시 50분경 아내에게 전화해 “나 지금 원두막에서 약 먹고 죽는다, 곧 갈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서초구에 있는 텃밭 원두막에서 농약을 마시고 목을 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A씨는 2장의 유서를 남겼는데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는 주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고,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자신의 성격상 문제점, 자녀들에 대한 훈계가 담겨있었다. 아들에게 ‘너희는 커서 절대로 영업 현장에서 근무하지 마라. 아빠의 성격상, 그리고 너희들도 아빠의 성격을 닮아 아빠의 전철을 밟을 수 있으니 절대 영업사원은 되지 마라’는 내용이었다.

A씨의 정신과 의사는 “내원 당시 우울감, 자살사고, 수면장애, 불안감,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중증의 우울증을 보이고 있었다. 지점장 발령 이후 직무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호소했다”고 진술했다.

유족들은 업무상 부담으로 인한 자살이라며 산재라고 주장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씨가 극심한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해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가 악화되는 등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란 업무 수행 중 업무에 기인해 발생하는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사망을 뜻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회사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이나 특별히 가혹한 환경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A씨의 내성적인 성격 등이 문제가 됐던 만큼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 인관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에서는 관련이 있다고 판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