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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충격적인 금감원 비리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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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충격적인 금감원 비리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09.2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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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였던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야'라는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조직구성과 재정, 인사, 임직원 윤리문제 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금융소비자보호에서도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생각보다 파장이 클 것 같다.

금융회사들에게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청렴을 요구하면서 '금융검찰'을 자처했던 금감원에서 각종 비위 선물세트가 만연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른 문제들도 낯부끄럽지만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임직원들의 비위는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한 차례 실시하는 공채는 물론이며 금융상담센터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경력직 위주로 채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에서도 부당한 업무처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일부 지원자의 합격을 위해 계획에 없던 '세평'을 실시하는 등 일반 금융회사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공공연하게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인사라인에 속한 고위직의 묵인도 곁들여졌다. 

'내부 사람 챙기기'에도 열심이었다. 금융민원 서비스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선발하기 시작한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금감원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과거 인사기록까지 찾아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고 평판조회까지 조작하는 지극 정성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채용 비리 혐의로 전 부원장과 부원장보가 법원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위 사실이 재차 적발됐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이번 감사결과에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금감원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 전무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하지만 금감원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감독권한과 정보로 인해 출범 이후 금감원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금감원의 쇄신이 불가피해지면서 취임 일성으로 강력한 쇄신의지를 밝힌 최흥식 금감원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높은 수준의 청렴도를 가져야할 금융감독기구에서 발생한 이런 부끄러우 비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이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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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직후 외부 면접위원이 채용 전 과정에 참여하고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인사·조직문화 혁신 TF'를 통해 구체적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실추된 명예까지 돌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최 원장이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밝힌 당부의 말이 인상 깊게 떠오른다.

"우리의 권한은 국민이 위임해 준 것으로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뜻을 헤아리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그 정당성이 부여된다. 당국의 권위와 위엄은 금융회사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천명에 이은 필연적이게 된 금감원의 쇄신 문제까지, 민간 출신 첫 금감원 수장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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