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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한 지 1년 지났다고 리콜차량 보상 거부...누구 위한 리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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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한 지 1년 지났다고 리콜차량 보상 거부...누구 위한 리콜제도?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7.09.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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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직장인 김 모(남)씨는 얼마 전 운행 중인 수입차량에서 엔진 이상 증상을 발견했다. 정밀 검사 결과 엔진에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 무상보증 기간이 지난 상태에서 업체 측이 제조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1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엔진을 교체했다.

안전에 직결되는 결함으로 자비를 들여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리 후 1년 반 정도가 지나고 제조상 결함으로 해당차량이 리콜된 사실을 알게됐다. 수리비를 환급받기 위해 부랴부랴 나섰지만 제조사 측은 수리한지 1년이 지났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국내 자동차 리콜 규정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높다. 자비를 들여 수리한 차량이 사후 리콜 판정을 받더라도 수리 후 1년이 지났다면 수리비를 보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 사각지대 때문에 온전한 소비자 보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31조 2의 2항은 수리비 보상 대상을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이 결함 사실을 공개하기 전 1년 이내에 그 결함을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로 명시하고 있다. 즉 리콜 발표 전 1년 이내에 수리를 한 소비자만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주요 리콜 대상 차종들을 살펴보면, 생산년도가 리콜 발표 시점으로부터 5년 이 넘는 차종까지 그 범위가 폭넓게 분포돼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소비자가 리콜 결정 이전에 자비를 들여 차량 결함을 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후 수리비 보상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문제가 있는 차를 불안감 느끼면서도 그냥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최대한 리콜을 늦추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자동차관리법 상 리콜 조항이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심도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법령에는 허점이 많다”면서 “현 실정에 맞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제대로된 유권해석으로 소비자를 구제할 수 있는 자동차 전문기관 등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국토부는 해당 차량 전체를 리콜하는 자동차 회사에 보상의 의무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의 리콜 조항을 한국에 들여오면서 ‘1년 조항’도 같이 도입됐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법 조항과 상관없이 수리비 보상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리법 상에서는 리콜 발표 전 1년 이내의 수리 차량에 대해서만 비용을 보상한다”며 “다만 자동차관리법 외에도 민법 등을 통해 수리비를 보상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실제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리콜이 발표된 차량에 대해서는 수리 기간이 1년을 넘었더라도 보상을 진행하는 추세”라면서 “법령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소비자 민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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