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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에 수리 흔적이...사전 고지 범위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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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에 수리 흔적이...사전 고지 범위 어디까지?
차량 인도 vs. 공장 출고, 새 차 기준 논란도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7.10.1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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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부산시 화명동에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 7월 1억5천만 원 상당의 재규어 XJ3.0D를 구매했다. 차량을 인수하고 며칠 후 본넷을 열었는데, 닫혀지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정 씨를 차량을 꼼꼼히 살펴보니 본넷에 도장 함몰 부위가 30군데가 넘게 발견됐다. 정 씨는 “처음에는 얼룩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흠집이 난 곳을 붓으로 살짝 칠해 콤파운드 작업을 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딜러사에 항의하자 담당 영업사원으로부터 “300만 원으로 협상을 마무리 짓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정 씨는 “출고 전 차에 손을 댄 흔적이 분명한데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내가 새 차를 산 건지 중고차를 산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2. 오산시 오산동에 사는 최 모(남)씨는 얼마전 지인에게 소개받은 영업사원을 통해 기아차 K5 신차를 구매했다. 최 씨는 가격 할인 혜택이 많다는 영업사원의 설명을 듣고 재고차량을 구매하게 됐다. 인수 당일 최 씨가 차량 외관만 살펴보던 중 범퍼에서 재도색 흔적을 발견했다. 영업사원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출고장에서 흠집이나 벗겨짐 등이 있으면 재도장이 생길 수 있다”면서 “문제는 없으니 범퍼를 교체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는다. 최 씨는 “재도색과 조립 상태도 불량해 사고차나 중고차가 의심된다”면서 “문제가 있는 차량은 판매 전 고객에게 내용을 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새로 구매한 신차에서 수리나 부품 교환 흔적 등이 발견됐다는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영업사원이 이런 문제를 미리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8조의2에 따르면 제작사나 판매자는 자동차를 판매할 때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을 구매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소비자는 국산차,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공장 출고 후 소비자 인도 전 어떤 수리 과정을 거쳤는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간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수리 이력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수입차는 장기 해상 운송 과정에서 염분이 강한 바닷바람 등의 영향으로 녹이 스는 등 부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흔들리는 배에서 흠집이 날 수도 있어 통상 PDI 센터에서 기능 결함 점검과 함께 흠집 제거, 세차와 건조 작업이 이뤄진다. PDI는 ‘프리 딜리버리 인스펙션(Pre-Delivery Inspection)’의 약자로 수입차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전 보관 및 정밀 점검을 하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재도색, 덴트와 같은 수리작업까지 이뤄지기도 한다. 새로 구입한 차량에서 재도색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PDI센터에서 수입차 수리시 고지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법 조항에 흠집이나 고장에 대한 범위가 설정돼 있지 않은 만큼 세부 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새 차' 기준 두고 동상이몽

여기에 불명확한 ‘새 차의 기준’도 문제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 인도 시점’을 새 차의 기준으로 한다. 인도 이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소비자들은 ‘공장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생산 후 점검이 끝난 상태로 출고가 되기에 운반이나 보관 중에 생기는 문제는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소비자는 “기능 고장이나 흠집 등으로 인도 전에 차량 수리를 하면 중고품이 아니냐”면서 “창고 보관 중 일어난 파손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반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쌍용차 등 자동차 업계에서는 과도한 고지 의무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출고 이후라도 문제는 발생 할 수 있다”며 “세세한 수리까지 전부 고지한다면 제조사나 소비자 모두 피로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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