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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판매 전 과정 녹취 의무화...금융권 설비 구축 부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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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판매 전 과정 녹취 의무화...금융권 설비 구축 부담 '한숨'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10.19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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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7년 전 증권사 직원에게 펀드 투자 권유를 받고 5천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투자금 전액 손실을 보게 됐고 증권사 직원은 소송을 제기하면 자신이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증언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직원 말만 듣고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던 중 변심한 직원으로부터 증언을 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펀드를 팔았던 직원부터 본부장까지 원금손실에 대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았고 직원도 이 점을 인정했다"면서 "하지만 증권사 측은 물증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고 난감해했다.

내년부터 만 70세 이상 고령투자자와 투자부적합 판정을 받은 투자자에 대해 파생결합증권(ELS) 판매 시 녹취가 의무화된다. 지난해 ELS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 당시 원금손실 가능성을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극심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고위험군 상품에 대해 투자자에게 불완전한 정보가 전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상대적으로 투자 정보에 취약한 고령 투자자와 부적합투자자에 대한 보호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 주식투자권유 등 불완전 판매요인이 있는 영역은 포함되지 않아 미봉책이라는 반응도 있다. 또한 오프라인 지점에서의 ELS 판매에 대해서도 녹취가 의무화되면서 은행, 증권 등 영업점에 녹취 설비를 설치하는 비용 부담과 더불어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감시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 원금 손실 큰 ELS 특성 감안...녹취 장비 등 비용 부담 우려

ELS와 ELS에 연계된 신탁·펀드 판매 시 상품 판매 전 과정을 녹취 및 보관하고 고객 요청 시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이 제도 시행의 골자다. 모든 금융투자상품 중에서 ELS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것은 원금 손실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지만 ELS는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대표적인 상품군 중 하나다. 지금도 매주 수 십개 이상의 상품이 공모 신청을 받고 있고 기대 수익률도 평균 5~7%대로 낮지 않다. 여유자금을 가진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수익을 보장한다는 설명과 달리 상품 구조가 복잡해 단순 기대수익률로만 보고 접근했다가 원금 손실을 입는 피해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증권사에서는 설명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상 서명, 기명날인, 녹취 중에서 증권사가 선택한 방식으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하고 있어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증권사는 판매 과정을 녹취하더라도 반드시 투자자에게 제공할 의무는 없어 지나치게 증권사에 유리한 규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2013년에 발생한 동양사태 당시에도 전화 녹취본을 사측에서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를 키운 전례도 있다.

다만 소비자들은 고위험 상품군인 ELS에 한정된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ELS 외에도 금융투자상품 중에서는 원금손실과 불완전 판매가 우려되는 상품들이 많아 불완전 판매의 근본적인 근절을 위해서는 원금 손실 리스크가 있는 상품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특히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금융투자상품 판매 권유를 하는 투자권유대행인의 경우 이미 증권사 임직원에 준한 적정성 통제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회사의 표준투자권유대행기준'에 의거 주식투자상담이나 종목 추천에 대해서도 이미 서면, 전화녹취 또는 방송녹화 중 하나 이상의 방법으로 기록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증권사 직원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사들은 민원 분쟁 해결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한 금전적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녹취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 오프라인 상담 전 과정도 녹취가 이뤄져 은행의 경우 최대 수 천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영업점에 녹취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녹취 과정을 담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는 서버도 구축하는 등 금전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증권사들은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보험 등 다른 금융상품은 제외하고 증권사의 대표 상품인 ELS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점에 내심 불만이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녹취 장비 구축과 운용 비용이 1개 회사 당 연간 2억 원 수준으로 금융회사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수준이고 금융 선진국인 미국,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화 상담은 이미 전 과정을 실시하고 있고 이번 ELS 판매 과정 녹취 의무화로 불완전 판매 분쟁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다만 구축비용과 더불어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만 도입되는 부분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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