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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관리법 교환·환불 강제력 더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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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관리법 교환·환불 강제력 더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7.10.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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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자동차 교환‧환불에 강제력을 더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위원회’가 교환‧환불 판정을 내리면 자동차 회사가 반드시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형 레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리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허점이 많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의 교환‧환불 요건이 현행 기준 보다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1년/2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를 교환‧환불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는 ‘2년/4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를 요건으로 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보다 범위가 좁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번 개정안이 실제 교환·환불로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개정안의 교환‧환불 요건이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후퇴돼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나아가 주행 중 엔진 꺼짐과 같은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하자는 단 1회만 발생해도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의 사전 동의 없이는 중재 자체가 불가능한 반쪽짜리 강제력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은 자동차 회사가 사전에 수락한 경우에만 교환·환불 중재 절차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 회사의 사전 동의가 없으면 애초에 중재 절차 자체가 진행될 수 없다. 중재는 양 당사자의 합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의 동의로 중재가 진행돼도 문제는 있다. 일단 국토부가 중재 절차를 진행하면 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 상 소비자분쟁조정과 같은 대안적 분쟁해결 절차의 이용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국토부의 중재 판정이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강제력을 갖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여 공정하지 못한 중재 결과가 나와도 소송 등으로 구제를 받을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셈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차량 결함 입증책임과 관련한 내용도 빠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차량의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2만여 개의 부품과 전자장치들로 이뤄진 자동차의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모든 차량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회사가 결함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미국처럼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결함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 블랙컨슈머 악용 등 혼란 우려도…“세부 규정 명확해야”

일각에서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이 초래할 혼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기업과 소비자 간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좋은 법이지만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향후 세부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또한 일부 블랙컨슈머 등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는 만큼, 소비자 구제 과정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 역시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사례집이 없어 개정안이 자칫 추상적으로 변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모으고 국내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과 소비자 간에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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