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집중 거론되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이동통신 판매망과 단말기 유통망을 분리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휴대전화 유통망을 통신사에서 분리해 통신 서비스 판매와 휴대전화 판매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통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시 단말기 대금이 통신비와 소비자에게 분리 청구돼 통신요금이 과중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요 소비자단체와 정치권은 물론 SK텔레콤 등 일부 통신사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도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제도 도입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과천정부청사에서 개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완전자급제를 긍정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자급제로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판매가 분리돼 경쟁 효과가 생기고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목표가 달성된 수 있다고 판단 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인 LG전자의 최상규 사장도 “자급제로 유통 구조는 변화할 것이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품질 좋고 저렴한 폰을 적기에 공급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도입 의견에) 큰 이견은 없다”며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정책이 결정되면 따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업계 내부에서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기대가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판매를 중심으로 이통사들의 영업이 지금까지 이뤄졌는데 완전자급제 시행 시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며 “그러나 통신요금 고지서에 부가적으로 청구되는 최대 4~5만 원 수준의 단말기 대금이 사라진다면 통신요금이 과중하다는 소비자들의 오해가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알뜰폰 관계자는 “알뜰폰의 경우 이통3사에 비해 저렴한 요금이 무기인데 단말기 대금이 과중해져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며 “자급제 시행 시 요금이 분리 청구될 수 있다는 점은 알뜰폰 업체들에게도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요 소비자단체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근본적인 방안이라며 이미 지속적으로 도입을 주장해왔다.

지난 8월 22일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등 6개 주요 소비자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자급제 도입 필요성을 줄곧 역설해왔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완전자급제는 다른 통신비 인하방안보다 간단하면서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며 “도입 시 마케팅비 절감 등에 힘입어 요금제 별로 6천 원~1만2천 원 가량의 요금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등도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를 가시화하고 있는 등 제도화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이에 대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