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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원대 명품시계 정작 시간도 안맞아, 사용자 과실?

표준범위를 초과한 오차 빈번...업체 '자성' 원인 주장

조지윤 기자 jujunn@csnews.co.kr 2017년 11월 08일 수요일 +더보기
'자성'때문에 시간 안맞는 IWC 시계, 수리해도 반복...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사는 송 모(남)씨는 환갑 생일을 맞은 지난 6월, 1천200만 원 상당의 IWC 손목시계(쿼츠 방식)를 가족들로부터 선물 받았다. 구매 한 달만에 1분20여초가 빨라져 구입 매장에 수리를 맡겼다. 업체 측은 ‘자성’이 생겨 시간이 맞지 않았다며 이를 완전히 해결했으니 문제가 없을거라고 했다. 이후 송 씨는 자성이 없는 환경에 시계를 보관했지만 또 시간이 맞지 않아 재수리를 맡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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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WC 시계 이미지 사진
일주일만에 10분 늦어진 태그호이어 시계...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허 모(남)씨는 2015년 5월 500만 원 상당의 태그호이어 손목시계를 구입했다. 일주일 정도 착용한 결과 시간이 10분가량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AS를 받고 나서는 오히려 시간이 빠르게 가기 시작했다. 또 AS를 받자 이후로는 다시 느려졌다. 4번째 같은 문제로 수리를 받고 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환불을 요청했지만 시계에는 이상이 없다며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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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그호이어 시계 이미지 사진
RADO 시계, AS 맡겨도 시간 오차 생겨...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전 모(여)씨는 지난 2014년 8월 인근 백화점에서 약 200만 원 상당의 RADO 손목시계를 구입했다. 하지만 착용한지 한 달도 안 돼 시간이 틀리기 시작했고 수차례 테스트한 결과 대략 한 시간에 1분씩 느려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구입한지 2달이 되던 때 첫 번째 AS를 맡겼다. 하지만 수리한 제품을 착용한지 한 달이 지나 또 같은 증상이 발견돼 다시 AS를 맡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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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DO 시계 이미지 사진
구찌 시계, 세 달 후 30분 느려져...수원시 팔달구에 사는 한 모(여)씨는 지난해 4월 말 인근 백화점에서 100만 원대 구찌 손목시계(기계식)를 구입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세 달가량이 지나자 30분이 넘게 차이가 발생했다. 매장에 수리를 맡기자 기계적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전자파 영향으로 자성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자성을 제거했으니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한 씨는 불안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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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찌 시계 이미지 사진
시간 오차가 생기는 명품 손목시계에 대해 소비자와 업체 간 의견차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는 시간 오차 발생의 원인으로  제품 불량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업체들은 전자제품에 접촉하며 자성이 생기는 등 소비자 과실로 인한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시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호소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계 관련 피해구제 제보는 전년보다 51.3% 늘어난 236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별소비세법상 고급시계로 분류되는 200만 원 이상 명품시계 제보 수는 81건으로 14.7%에 불과했지만, 구매 금액 규모로는 전체(5억3천100만 원)의 70.4%(3억7천400만 원)를 차지했다. 

피해유형별로는 시간·방수·내구성과 관련된 '품질' 및 'A/S 불만' 관련이 365건(66.3%)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가운데 품질 불만의 주요 이유가 시간 오차였다.

일반적으로 손목시계는 수정진동자를 이용하는 ‘쿼츠’, 태엽(메인스프링)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로 분류된다. 기계식 시계는 시계의 동력원을 자동으로 얻느냐, 수동으로 얻느냐에 따라 다시 ‘오토매틱’ 시계와 ‘수동’ 시계로 나뉜다.

쿼츠나 기계식 시계는 허용오차 범위 내 시간 오차가 발생해야 하는데,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단체표준에 따르면 쿼츠는 한 달에 ±15초, 기계식은 하루에 ±15초 가량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이 범위를 초과한 오차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수백, 수천만 원을 넘나드는 비싼 값을  주고 샀지만 수리를 받아도 자꾸만 반복되는 문제에 사실상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계의 시간 오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두고 업체들은 '자성'(물질이 나타내는 자기적인 성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계를 TV, 모니터 등 전자제품에 가까이 보관했을 경우 무브먼트에 자성이 생기고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자성이 생길 수 있는 환경에서 착용했기 때문”이라며 "제품 하자가 아니며 소비자 과실로 시간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계는 자성에 의해 시간이 빨라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일정한 간격으로 감겨 있어야 하는 내부 스프링이 자성으로 인해 한 쪽 방향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소비자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착용해왔고, 주의를 받았을 경우 자성이 생기지 않도록 전자제품 근처에 시계를 보관하지 않는 등 신경을 써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시간 오차 발생시 제조사가 소비자 과실만 운운할 게 아니라 고가의 명품시계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AS 이후에도 계속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환불 등의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명품시계는 소수의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이들을 지속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시간이 맞지 않는 하자를 소비자 과실로만 돌린다면 브랜드 신뢰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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