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시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호소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계 관련 피해구제 제보는 전년보다 51.3% 늘어난 236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별소비세법상 고급시계로 분류되는 200만 원 이상 명품시계 제보 수는 81건으로 14.7%에 불과했지만, 구매 금액 규모로는 전체(5억3천100만 원)의 70.4%(3억7천400만 원)를 차지했다.
피해유형별로는 시간·방수·내구성과 관련된 '품질' 및 'A/S 불만' 관련이 365건(66.3%)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가운데 품질 불만의 주요 이유가 시간 오차였다.
일반적으로 손목시계는 수정진동자를 이용하는 ‘쿼츠’, 태엽(메인스프링)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로 분류된다. 기계식 시계는 시계의 동력원을 자동으로 얻느냐, 수동으로 얻느냐에 따라 다시 ‘오토매틱’ 시계와 ‘수동’ 시계로 나뉜다.
쿼츠나 기계식 시계는 허용오차 범위 내 시간 오차가 발생해야 하는데,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단체표준에 따르면 쿼츠는 한 달에 ±15초, 기계식은 하루에 ±15초 가량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이 범위를 초과한 오차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수백, 수천만 원을 넘나드는 비싼 값을 주고 샀지만 수리를 받아도 자꾸만 반복되는 문제에 사실상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계의 시간 오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두고 업체들은 '자성'(물질이 나타내는 자기적인 성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계를 TV, 모니터 등 전자제품에 가까이 보관했을 경우 무브먼트에 자성이 생기고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자성이 생길 수 있는 환경에서 착용했기 때문”이라며 "제품 하자가 아니며 소비자 과실로 시간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계는 자성에 의해 시간이 빨라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일정한 간격으로 감겨 있어야 하는 내부 스프링이 자성으로 인해 한 쪽 방향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소비자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착용해왔고, 주의를 받았을 경우 자성이 생기지 않도록 전자제품 근처에 시계를 보관하지 않는 등 신경을 써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시간 오차 발생시 제조사가 소비자 과실만 운운할 게 아니라 고가의 명품시계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AS 이후에도 계속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환불 등의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명품시계는 소수의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이들을 지속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시간이 맞지 않는 하자를 소비자 과실로만 돌린다면 브랜드 신뢰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지윤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