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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선 개통 후 배송'스마트폰...개통 8일,배송 5일간 통신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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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선 개통 후 배송'스마트폰...개통 8일,배송 5일간 통신 절벽
  •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 승인 2017.11.20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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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등에서 ‘선 개통 후 배송’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개통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수일간 통신 단절을 감수해야 하고 그로 인한  요금 역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선 개통 후 배송’ 방식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권장하는 ‘정상적’ 개통 방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렴한 휴대전화를 찾는 소비자와 업무 편의를 추구하는 일부 대리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성행하고 있다.

이 경우 이통사의 ‘관리 범위’를 벗어나는 까닭에 배송 사고나 개통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해도 피해 구제가 어려워 주의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선 개통 후 배송’ 방식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제 휴대전화를 개통해보기로 했다. 

◆ '선 개통 후 배송' 방식 구매 후 기존 단말기 언제 끊길지 알 수 없어

지난 9월 13일 온라인에서 번호이동 조건으로 아이폰6를 ‘할부원금 0원’와 ‘선택약정 25%’ 를 동시 적용해 판매중인 매물을 발견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상으로는 요금을 할인하는 ‘선택약정할인’과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단말지원금 할인’을 원칙상 동시 적용할 수 없다. 

이 매물은 휴대전화 판매 시 이통사 등으로부터 받는 ‘사후 리베이트’를 사전 예상해 통신사 기준 37만9천 원인 아이폰6를 소비자가 현금 일시불로 구매한 것처럼 ‘완납’ 처리해 0원으로 만들고, 선택약정할인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주는 소위 ‘불법 매물’이었다.

흔히 온라인에서 ‘선 개통 후 배송’ 방식으로 판매되는 매물은 이 같은 경우가 많다. 불법 매물에는 이통사 등에서 소위 ‘스팟(Spot)성 보조금’을 싣는 까닭에 특정 기간 내 개통이 완료되지 않으면 보조금 지급이 어려워진다. 판매처가 ‘선 개통 후 배송’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워낙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다보니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린다.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이 동시 구매하다보니 신청 당일에 개통이 완료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언제 ‘번호이동’이 완료돼 자신의 휴대전화가 끊길지 알 수 없다. 기자도 13일에 개통 신청했지만 8일이 지난 후에야 개통이 완료됐다. 대리점에 개통일자를 문의해도 “순차적으로 개통된다”는 답이 전부였고, 사전 해피콜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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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입하고자 업체 측 편의에 맞춘 '선 개통 후 배송' 방식을 선택하는 소비자 수가 늘고 있다.

요즘엔 집 전화가 사라지는 추세라 대리점의 단순 편의에 의해 알 수 없는 시점에 갑작스레 휴대전화가 끊길 경우 소비자 피해 발생 소지가 충분하다.

특히 ‘선 개통 후 배송’ 방식이라 개통 후 배송되는 시간도 적지 않다. 기자가 실제 휴대전화를 배송 받은 것은 개통 5일 후인 26일이었다. 배송사고라는 특수 상황이 발생한 때문이지만 아무튼 5일간 연락이 단절되는 상황으로 보조 회선이 아니라 주 사용회선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 '후 배송' 완료될 때까지 발생한 통신요금, 이통사·대리점 "책임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송 단계에서 이용하지 못한 통신 요금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간 발생한 요금 문제를 제기하자 대리점 측은 “소비자가 구매 시 ‘선 개통’을 동의했기 때문에 택배가 언제 배송이 완료됐건 변상 책임이 없다”는 답만 되풀이 했다. 통신사 고객센터 또한 “‘선 개통’은 대리점에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이통사에서 발생 요금 등에 대해 별달리 조치할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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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송 사고로 개통 후 5일 만에 도착한 휴대전화의 미사용 요금은 이통사와 대리점 어디서도 보상 받을 수 없었다.
5일 간 발생한 요금은 2만9천 원 상당 요금제 기준 4천61원 정도였다. 더 고가의 요금제일 경우 쓰지도 않고 지불해야 할 소비자 요금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개통 가이드 라인을 벗어났다고 이통사가 책임을 면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관행화되어 있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면서 가입자수 증가의 혜택만 누리며 그에 동반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선 개통 후 배송’ 방식이 이통사가 권장하는 방법이든 아니든 간에 이미 시장에서 관행화되고 있는 현상”이라며 “피해 발생 소지가 있는 만큼 이통사들은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 적극적으로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이 문제에 개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권장 개통 방법을 벗어나 일부 대리점 등이 행하는 편법적 행위에 대해 이통사 입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힘들다”며 “공식적으로 코멘트하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배송 완료 후 소비자 요청 시점에서 본인 동의를 얻고 신분증 인증 등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개통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사전 개통  시 소비자 동의 없이 대리점 임의로 소비자 개인정보 등을 활용해 개통할 소지도 큰 만큼 문제 발생 소지가 다분해 이통사에서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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