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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많이 벌어야 리딩뱅크?...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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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많이 벌어야 리딩뱅크?...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1.04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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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바뀔 때마다, 해 바뀔 때마다 매번 하는 뻔한 얘기죠. 소비자 관련 부서에 힘이 실리고 그런 일  없습니다."

조직개편 발표 이후 소비자 관련부서 힘이 세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듣고 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기자에게 농담조로 던진 얘기다. 우스개 소리처럼 던졌지만 진지하게 들렸다. 행장, 원장, 회장 등 대표급이 바뀌거나 해가 바뀔 때마다 소비자를 부르짖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실제로 소비자 보호 정책이 제대로 시행된 적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연초 금융업계는 올해 경영방침으로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에 치중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에 통렬히 반성한다"며 "금융의 무게 중심을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로 재편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조직개편을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신년사에서도 소비자를 강조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 조직을 재편해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는데 역량을 결집하고, 금융사 스스로 소비자 중심의 영업원칙을 마련해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추진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으로는 소비자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금융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금융소비자 집단소송제도, 보험금 통합조회 서비스, 금융회사 상시 모니터링 강화 및 위반 시 공시 등은 모두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뿐만 아니라 시중 은행들도 앞다퉈 소비자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대외협력단을 소비자브랜드그룹으로 격상했다. KEB하나은행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소비자브랜드그룹을 신설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 소비자브랜드그룹 등에 힘을 싣기로 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대표 금융사들은 시무식에서 유독 ‘고객’ 등 사람에 대한 단어를 많이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일 10여분 간 진행된 시무식 신년사에서 ‘고객(소비자)’이라는 단어를 12차례에 걸쳐 사용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말로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마다 반복되는 뻔한 얘기라는 지적이다. 소비자와 관련된 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부서의 힘이 여전히 약하고, 인원과 예산도 안 늘어서 힘이 실린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브랜드 관련 그룹에서 근무하는 한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관련 부서는 힘이 항상 약했다"며 "올해 소비자 권익 강화를 한다고는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바뀌거나 해가 바뀔 때 가장 쉽게 하는 약속이 '소비자 보호' 또는 '소비자 권익 강화'다. 진부하지만 읽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강력한 명분을 가진다. 해마다 강조돼왔지만 그렇다고 소비자 권익이 특별히 강화된 것 같지는 않다.

수많은 소비자민원이 이를 증명한다. 금소법이 통과되고 법적 근거가 생겨야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가 가능한데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지난해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금융사 평가는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졌고, 은행들은 예금이자는 줄이고 대출이자는 높이며 소비자 고혈을 짜내고는 우리가 리딩뱅크라며 홍보한다.

부디 올해는 다르기를 바란다. 다수피해자 일괄구제제도, 금융상품 공시 개선 등 구체적 소비자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만큼 올해에는 전 금융권이 소비자 권익강화를 행동으로 옮기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누가 더 순이익이 많이 나느냐는 것을 두고 은행들이 '리딩뱅크' 자리를 경쟁하는 것에 소비자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금감원, 금융위가 소비자 중심으로 철저히 혁신하겠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믿지 않는다. 말 뿐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구체적 행동만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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