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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수술이라는데...보험사 '시술'이라며 보상 거절 일쑤

좁은 정의에 대한 갈등 잦아...분쟁 조정등 대응 필요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2018년 01월 09일 화요일 +더보기

'수술'과 관련한 보험업계의 좁은 정의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레이저 수술이나 약물주입 등의 대체치료 요법 등을  ‘수술’로 인정하지 않은 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데 따른 것이다.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전 모(남)씨는 몇 개월전 회전근파열과 석회건염 등으로 체내에 약물을 주입하는 수술대체요법 치료를 받았다. 전 씨는 파열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보다 안전하고, 더욱 효과적인 대체 수술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고.

치료 후 AIA생명보험 측에 수술비를 청구하자 절개가 아닌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 요법은 의사의 설명과는 상관없이 약관 상 ‘수술’로 볼 수 없는 ‘시술’일 뿐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전 씨는 “보험 가입 당시에는 시술과 수술의 차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가입 후 약관상의 수술 정의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할 줄 몰랐다”며 억울해했다.

AIA생명 관계자는 “약관 상 타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용액을 주입하거나 주사기를 넣는 등의 조치는 수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약관에 의거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것이며 금감원 등도 수술에 해당 요법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인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시 부전동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9월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성 망막변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레이저로 망막을 수술하는 ‘레이저 광응고술’을 4차례 받았다.

박 씨는 치료 후 가입된 KB손해보험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2015년 가입한 ‘닥터플러스건강보험’으로 수술비를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는 수술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씨는 “의사들에게 확인해보니 해당 치료는 당뇨병 합병증의 직접적인 수술 요법으로 관련 판례도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수술이 아니라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약관 상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보장에 면책 처리된 것”이라며 “이후 금감원 조치 등에 따라 2016년 1월 이후 가입자에게는 레이저 치료도 수술로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약관을 개정해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 보험사 “메스나 가위로 절단·절개해야 수술”...금감원 계도 나서

이런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까닭은 보험 업계에서 전통적으로 메스(칼)나 가위 등 외과적 도구를 활용한 처치만을 ‘수술’로 정의하며 레이저나 약물 주입 등 신종 수술을 보상에서 제외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현대해상, 교보생명, DB손해보험 등 업체를 막론하고
보험 약관에서는 다소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수술에 대해 “의료 기구를 사용해 생체(몸)에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의료기구에는 레이저 기기 등이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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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에 대해 규정한 한 보험사의 약관 내용. 의료기구를 사용한 절단·절개 만이 수술이며 흡인, 천자, 신경 차단 등은 제외된다고 기재돼 있다.
또한 ‘흡인(주사기 등으로 빨아들이는 것)’이나 ‘천자(바늘 또는 관을 꽂아 체액·조직을 뽑아내거나 약물을 주입하는 것)’, ‘신경 차단’ 등은 수술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레이저나 흡인기 등을 활용한 신종 수술 요법은 현 약관상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보험업계의 좁은 수술 정의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수정 등을 요구하며 계도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나 대법원 등에서 관련 치료요법에 대해 보험사의 전향적인 조치를 요구했다면 수정 이전 보험 가입자라도 금감원 분쟁조정 등으로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금감원은 전통적 의료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암 방사선 치료 등도 수술로 포함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어 2015년에는  '2016년 1월 보험 가입자'부터 레이저를 이용한 눈 수술 등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해 보험사들이 약관을 수정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 사례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 등을 신청하면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한 뒤 조정을 받을 수도 있으니 민원을 제기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 치료 등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 등이 있는 만큼 소비자들 역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금 지급 청구액이 3천만 원 미만일 경우 소액재판으로 진행되며 변론 등 심판 절차가 간소화돼 빠른 판결이 가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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