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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기관 유치 출혈 전쟁...'구멍'은 소비자가 메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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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기관 유치 출혈 전쟁...'구멍'은 소비자가 메우나?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1.12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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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은행권의 기관영업 출혈 전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기관협약 임직원 대출 이자는 평균 2.57% 인데 반해 일반 소비자  대출이자는 3.71%로 큰 격차를 보였다.

시중 은행들은  최근 예치금 금리는 높이고 수수료율과  대출금리는 낮추는 방식으로 기관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 대출금리와 수수료는 계속 올리는 식으로 비용 전가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기관협약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의 평균 최저금리는 2.57%인 반면, 같은기간 전국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일반 신용대출(1~2등급) 평균 금리는 3.71%에 달했다.

기관협약 대출과 일반 신용대출간의 금리차이가 가장 컸던 곳은 광주은행으로 2.91%포인트로 기관협약 대출(2.15%)에 비해 일반 신용대출(5.06%)이 무려 2배 이상 높았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그 당시 기관협약을 맺은 곳이 공무원연금공단 한 곳밖에 없었고 우리뿐 아니라 금융권 공동으로 낮은 금리로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 높았던 것은 서민 소외계층을 위해 대출을 늘리면서 오해할 수 있는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북은행, 신한은행, 부산은행, 한국씨티은행은 1%포인트 이상, 경남은행과 대구은행, KB국민은행도 0.8%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가장 차이가 적은 곳은 KEB하나은행으로 0.05%포인트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은행 기관평균대출.JPG
▲ 자료: 제윤경 의원실, 은행연합회

신용대출임에도 불구하고 협약 기관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기관 임직원들은 1% 이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셈이다. 반대로 일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역차별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기관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생겨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역차별의 우려가 있다"며 "은행들 자체적으로 이를 지양할 필요가 있지만 기관영업 담당자 입장에서 인사가 달린 절박한 문제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금고 입찰 공고 앞두고 시중은행들 과다한 출혈경쟁 시작


서울시는 이달 중 서울시금고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 수탁은행이 되어 각종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서울시금고는 약 100년 이상 우리은행이 맡아왔지만 다른 시중 은행들이  자격을 따내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31조8천억 원이다.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 선정도 진행 중이다. 총자산이 148조 원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은 현재 우리은행(행장 손태승), KB국민은행(행장 허인), 신한은행(행장 위성호),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 IBK기업은행(행장 김도진), NH농협은행(행장 이대훈) 등 6곳이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5곳으로 줄어들 예정이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의 외화금고 은행 선정도 다음 달에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외화자산을 관리하는데 현재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10년 이상 유지해온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뺏긴 신한은행의 강력한 도전이 예상된다.

이렇게 올해 공기업 6곳, 지자체 5곳을 포함 지자체 금고 54곳이  주요기관 주거래은행을 선정하는 큰 장이 설 예정인데 벌써 출혈경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시중 은행들은 영업력 강화를 주요과제로 삼았다. 영업 중에서도 기관영업은 한번 선정되면 수년간 거대한 금액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은행 이미지도 좋아진다는 점에서 각 은행마다 군침을 흘리는 사업부문이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안정적 수익원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시중 은행들은 정기인사에서도 기관영업 실무에 밝은 상무급 임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 그룹에 속해 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분리해 기관그룹으로 확대 개편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의 출혈경쟁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 대결과 수탁은행 선정 대결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대결에서 신한은행을 누르며 약 3천700억 원의 일일 예치금을 수중에 넣었다. 일일 예치금 금리가 1.25%지만 수수료율은 0.12~0.32%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로 연기금 등 각종 투자지원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탁은행 역시 우리은행이 차지하면서 올해 있을 기관거래 입찰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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