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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방인의 눈을 통해 깨닫는 일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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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방인의 눈을 통해 깨닫는 일상의 가치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8.02.13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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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일명 ‘먹방(먹는 방송의 줄인 말)’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방송채널을 장악하다시피 하더니 최근 몇 년 새 여행 컨텐츠로 대세의 흐름이 옮겨진 모양새다.

채널을 돌리면 연예인 게스트들이 해외로 자유 여행을 떠나 먹거리와 놀거리를 즐긴 후 어느 곳이 더 좋았는지 평가하는 프로그램에서부터 해외 여행지에서 연애를 시도하거나 연예인의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지극히 주관적 견해로 평가하자면 그 중 가장 이슈가 된 방송은 얼마 전 시즌2를 종영한 ‘알쓸신잡(알아두며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지식들을 깊숙이 짚어보는 것이 ‘알쓸신잡’의 특징이라면, 국내 방송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외국인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한국의 식문화와 일상생활 등을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문화적 낯설음과 생생한 경험을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내는 것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시청 포인트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들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방송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의 면면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사람에게는 수십, 수백 가지의 감정이 있고 어떤 상황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 역시 그만큼이나 다양하다. 여행지에 대한 저마다의 기대와 방향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큰 줄기로 보자면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 익숙한 것에 대한 안정감과 편안함이 기준이 된다.

그동안 국내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했던 이유는 새로운 것으로부터의 자극이 설레고 좋았기 때문이다. 낯선 세상으로 떠나보지 않는 건 도전을 기피하는 비겁함이라고 거창한 자기반성을 하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이 두 방송들을 보면서 ‘익숙하고 뻔~한, 그래서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일상의 곳곳에 놀라울 만큼 새로움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알쓸신잡’을 통해 먹거리와 볼거리를 단순히 즐기는 선에서 한 발 더 들어가 문화, 역사적 의미를 더했을 때 여행의 가치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알게 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더 크게 울림으로 다가온 것은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의 가치다. 너무 익숙해서 가볍게 넘겨버린 소소한 일상들이 이방인의 눈을 통해 신비롭고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한식의 넉넉함과 어떤 식재료라도 소화해내는 다양성,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지역적 특성, 24시간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음주가무 및 놀이문화, 시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는 산과 바다를 가진 지형적 특색 등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누림의 요소들이다.

한국에 대한 선입견도 미처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 놀라웠다.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South Korea를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곳으로 알고 있다. 하긴 지진 소식에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다급히 연락하면 “늘 상 있는 일로 별일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인도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를 통해서 인도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으면 한다. 인도하면 늘 갠지스 강에서 빨래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강물에 물을 담그고 기도하는 모습만 떠올리는데 그건 일부의 모습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아직 가보지 못한 인도에 대해 떠올리는 풍광은 딱 그 모습이다. 글로벌 시대, 정보의 시대라고 해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체감하지 않으면 기존의 생각의 틀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것인 모양이다.

타인의 문화와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편협한 사고를 되돌아 볼 수 있고, 큰 노력 없이 누리고 있는 일상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

‘바보상자’로 불렸던, 그저 시간을 소모하는 도구로 폄하됐던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각성을 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기분 좋은 이변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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