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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의 역설...저신용자들 제도권 금융 문턱 되레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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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의 역설...저신용자들 제도권 금융 문턱 되레 높여
  • 이보라 기자 lbr00@csnews.co.kr
  • 승인 2018.02.27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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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되면서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반면 저신용자는 이전보다 오히려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에 대한 정부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가 높았던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들도 잇따라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맞춰 신규 체결이나 갱신, 연장되는 대출계약의 경우 모두 인하된 금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조정에 나서고 있다. 반면  낮아진 수익을 감수해야 하는 금융사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추정치에 따르면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배제되는 저신용자수는 25만8000명, 이로 인해 줄어드는 대출 규모는 4조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제도권 금융회사 안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를 위해 햇살론, 새희망홀씨와 같은 정책서민금융을 연간 7조 원 수준으로 제공하고 사잇돌대출을 2020년까지 3조 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 제도권 금융사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햇살론같은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방침이나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122만6000건, 107만9000명, 6조981억 원의 대출승인이 거절된다.

김 의원은 햇살론 등 현재의 정책자금은 30만 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햇살론의 자격조건은 연소득이 3500만 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면서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인 자다. 금리는 6~8%대이며 대출한도는 1500만 원이다.

새희망홀씨는 연소득 3000만 원 이하거나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면서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리는 연 6~10.5%이며 최대 2500만 원까지 지원된다.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은 특성상 연체율이 높아 조건을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최근 5년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은 최대 30% 가까이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실행되면서 저신용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음에도 감수하고 최대한 구제하려 하지만 상환능력평가에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금융상품도 거절된 경우에는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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