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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타인의 손톱 밑 가시에 대한 '진짜' 공감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2018년 03월 28일 수요일 +더보기
우리는 흔히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에 대해 ‘이해한다’는 단어를 쉽게 사용한다. 이해하다는 ‘깨달아 안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쓰는 이해의 의미는 공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가족의 죽음 등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험이 하나둘 늘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사용해 온 ‘이해와 공감’이란 단어가 많이 과장돼 있었다는 반성이 잦아졌다. 가슴이 아닌 입으로만 쉽게 하는 위로였다는... 상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슬픔과 고통의 강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착각. 사실 그 마음이 거짓인 줄도 몰랐다. 악의도 없었고 위선도 아니었지만 진짜가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충분한 공감과 이해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점점 우리가 항상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두고 타인을 판단해야 한다는 지나친 집착 때문은 아닌가 싶다.

지금껏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과 폭력 앞에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공감에 앞서 일각에서는 “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질 않았으냐”, “그걸 감수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고려해 참아오다 이제야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는 게 아니냐”는 등으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문제점을 찾아내려 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무런 검열 없이 논란에 오른 모두를 단숨에 가해자로 단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근거 없이 꽃뱀인양 의심부터 시작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처해진 상황을 온전히 겪지 않는 이상 ‘상식’을 운운하며 쉽게 평가하고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게다.

이런저런 상황들을 겪다보니 요즘은 “당신을 이해한다”, “힘든 심정을 공감한다”는 표현 사용이 한결 조심스러워졌다.

이런 자기반성도 긴 시간 지속되진 않는다. 심각한 상황이라도 잦은 노출로 인해 공감의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 소비자 민원 문제에 밀접한 일을 하다 보니 늘 상 반복되는 문제들에 체감하는 심각성의 수위가 어느새 점점 낮아진다.

예를 들어 급발진이나 주행 중 시동 꺼짐에 대한 공포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워낙 빈번하게 불거지는 문제다 보니 어느새 배송지연 만큼이나 익숙하고 평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이 되는 순간 그 체감은 달라진다. 지난겨울 갑작스레 쏟아진 눈길에서 급제동 후 이상 신호 점등이 계속 뜨는 차량을 운행할 때의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다. 만약 주행 중 시동 꺼짐을 겪었다면 속된 말로 ‘멘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규정의 허점과 보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실상 그 민원의 한 가운데서 고통받는 소비자들의 심정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이라는 영화 속 아버지의 대사는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준다. 남자를 사랑하는 17살의 아들에게 공감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위로와 격려의 말들을 전하는 아버지.

누군가는 그 장면에 대한 영화 감상으로 “영화 속 아버지는 판타지와 다름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단단한 가족의 사랑 속에서 위로받는 아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접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곁에 ‘판타지 같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꼭 한 사람만 있어주었으면...나란히 함께 서 있는 것으로 위안이 되는 사람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진짜’ 공감을 위해 직접 내 손톱에 온갖 가시를 다 찔러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간 살아온 경험에 더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제대로 공감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살면 살수록 과제들은 더 많아지고 명쾌해지는 것은 없다. 난감한 일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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