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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겸직 금지'로 금융사 사외이사 2배로 늘려야 하나?...사외이사 비대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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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겸직 금지'로 금융사 사외이사 2배로 늘려야 하나?...사외이사 비대화 우려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4.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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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감사위원을 맡은 사외이사의 다른 위원회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 지배구조 개선안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금융권 사외이사 비대화가 우려된다.

현재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3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명이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추가 선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1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현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률, 시행령, 감독규정을 내달 24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오는 6월 말까지 국회에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기본 방향은 CEO독주를 견제하고, 사외이사 감사 소수주주에 힘을 싣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현직 회장은 참여할 수 없도록 했고 임원추천위원회엔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 포함돼야 한다.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감사위원은 보수위원회를 제외한 타 위원회 겸직이 제한된다. 이는 감사위원을 회사 감사업무에만 집중시켜 감사위원의 직무 독립성과 전념성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다.

'감사위원회의 이사회 내 타 업무 겸직제한'에 따라 금융사들은 사외이사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금융사 위원회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보수위원회 등 소위원회들이 있다. 모두 회사의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이들 위원회는 감사위원이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8~10명, 감사위원 3~4명 정도로 구성되며, 사외이사들이 겸직을 통해 소위원회 활동을 해왔다. 지금까지는 한명의 감사위원이 여러 위원회 겸직이 가능했지만 개선안 시행 이후에는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위원회가 매우 적은 위원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동향.JPG
▲ 각 사 취합.


예를 들어 KB금융(회장 윤종규)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감사위원인데 이들이 다른 위원회에서 빠지면 나머지 3명이서만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실제 KB금융은 리스크위원회는 5명에서 3명, 사추위는 4명에서 1명, 회추위는 7명에서 3명으로 구성원이 감소한다.

다른 금융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한금융(회장 조용병)의 경우 사외이사 10명 중 5명이 감사위원이고, 하나금융(회장 김정태)은 사외이사 8명 중 4명이, 우리은행(행장 손태승)은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감사위원이다.

감사위원을 제하고 나면 남는 사외이사가 신한금융 5명, 하나금융 4명, 우리은행 2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금융지배 구조개선안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감사위원회의 이사회 내 타 업무 겸직제한이 대표적"이라며 "이것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금융사들은 감사위원 수를 2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도 "개정인이 통과되면 감사위원의 근간이 되는 사외이사 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해당분야의 전문성이 크게 요구되는데 이러한 후보들이 많지도 않아 금융회사들간 인재쟁탈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비대화로 사내이사, CEO 등 경영진과의 힘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현직 CEO가 사추위에서 빠지는 것도 사외이사의 힘을 실어주는 조치인데 여기에 사외이사 수가 대폭 충원되면 사외이사의 또다른 권력화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사외이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 CEO와 사내이사 힘이 너무 커서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해 전체적으로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고, 감사위원이 감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사외이사 수가 늘어나 권력을 남용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단순히 사외이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사외이사 권력화가 커진다고 볼 수 없으며, 그런 것이 염려가 된다면 금융사가 사내이사를 늘리면 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늦어도 6월 말까지 국회에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며, 은행연합회와 함께 업계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금융사에서 별다른 의견제시를 하지 않으면 설명회를 열고 그대로 반영할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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