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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지점장 횡령으로 수천만원 빚 떠안은 일용직 근로자 3년간 극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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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지점장 횡령으로 수천만원 빚 떠안은 일용직 근로자 3년간 극한 고통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4.20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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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한 은행 여의도지점 부지점장 20억 횡령사건으로 애꿎은 소비자가 최근까지도 심대한 고통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시 중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2014년 12월 평소 친분이 있던 A은행 부지점장 B씨로부터 3500만 원 대출 권유를 받았다. 신청서만 작성했고 그 외 서류는 하나도 작성하지 않았다. 대출신청서 작성 이후 대출확인 연락도 없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박 씨는 2015년 1월 대출 취소와 서류 폐기를 A은행 여의도지점에 요청했다.

대출취소가 잘 된 줄 알았지만 그해 4월 은행업무를 보러가면서 여전히 대출이 남아있음을 알게됐다. B씨가 문서를 위조해 유령통장을 만들어 3500만 원을 대출받았고 유지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박 씨는 즉시 해결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B씨에게 경고했고, B씨로부터 3500만 원을 갚아 바로 해결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박 씨는 은행에서 대출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그런데 박씨는 3개월 뒤인 7월 은행으로부터 대출이자 지연으로 본인계좌 지불정지 조치를 당하게 된다. 부지점장이었던 B씨가 박 씨 명의로 3500만 원을 대출받고, 자기 돈으로 갚았다고 했지만 실상 다른 횡령금으로 갚았기 때문에 환수조치된 것이었다. 결국 박 씨가 대출금액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주거래통장이 지불정지 되자 사회생활이 곤란해진 박 씨는 보험에서 대출을 받고 이자를 납부하며 빠른 해결을 요청했지만 은행 측은 B씨가 잡히지 않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더욱이 A은행은 신용보증에 이 건을 이관시키면서 박 씨는 채무를 갚으라는 전화에 시달리게 되고 채무명의 확인소송을 당해 법원 출두명령까지 받게 된다.

결국 박 씨는 올 들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금융감독원에 해당 사실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박씨가 반격하자 A은행은  소를 취하하고  원금 3천만 원 소멸과  연체이력 삭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박 씨는 자신의 돈으로 갚은 500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박 씨는 "2015년부터 수년간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내가 갚았던 부당한 금액 500만 원도 돌려주지 않는다"며 "1월에 대출신청이 잘 취소처리됐다고 하더니 4월에 여전히 남아있었고, 잘 해결됐다 해서 끝난 줄 알았더니 아무런 통보도 없이 7월에 지불정지 조치를 가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 "대출을 갚았는데 다시 부활되는 것에 대해서 본인에게 고지를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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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주한 부지점장 A씨가 만들어 3500만 원을 받은 통장 내역.

이 사건은 2015년 6월 5일 A은행 여의도지점 기업금융센터의 부지점장 B씨가 고객예금 20억원을 횡령한 뒤 호주로 도주한데서 시작됐다.

B씨는 박 씨에게 했던 것처럼 다른 고객들에게도 대출을 종용한 뒤 유령통장을 만들어 대출을 받아 호주 현지 은행에 자신의 계좌를 개설해 송금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6월 5일 평소처럼 출근했던 B씨는 빼돌린 돈의 예금주인 B기업 담당자가 A은행에 신고해 회사가 확인에 나서자 잠적했다.

A은행은 내부감시시스템에서 이상을 발견한 뒤 20억 중 10억 원은 지급정지를 걸어 회수했다. 나머지 10억은 회수가 되지 않아 박 씨처럼 억울하게 대출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보자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17년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조만간 자수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주행각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경찰은 인터폴에 수사를 협조하면서 A씨를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은행이 소를 취하하고 3천만 원 변제라는 대승적이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점이다. 하지만 박 씨는 2015년 1월부터 지금까지 이 건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일부 갚은 대출비용에 변호사, 법무사 선임비용까지 합쳐 약 1천만 원의 손해를 봐야 했다. 

A은행 관계자는 "박 씨가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는 등 생활이 어렵고 변제능력도 없다고 판단해 채무명의 확인소송을 취하하고 연체금 3000만 원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조치했다"며 "사실 박 씨 뿐만 아니라 A은행도 피해자지만 고객에게 일어난 일이기도 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500만 원을 갚았던 부분까지 변제할 근거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통보없이 계좌 지불정지가 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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