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이 곳 서산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엠빌리(M.BILLY)의 실차 평가가 한창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능형교통시스템(ITS) 환경을 구축해 자율주행 시스템 평가가 매일 진행되고 있다.
◆ 좌회전 신호 떨어지자 핸들이 알아서 스르륵...25개 센서로 도심 자율주행을 완성
출발 지점에서 서서히 움직인 차는 스스로 우회전을 하더니 곧장 사거리 교차로로 진입했다. 좌회전 차선으로 이동해 신호 대기를 받기 위해 멈춰섰다. 신호가 떨어지자 핸들이 왼쪽으로 머뭇거림없이 돌아갔다.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기술을 이용해 차량이 신호 바뀜도 스스로 알아챘다. 원형 회전 교차로도 막힘없이 통과한 자율주행차는 시속 40km로 직선 도로를 달렸다. 주행 차로에 정차한 차량이 발견되자 옆으로 돌아 나가기도 했다.
현대모비스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고 있는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현재 M.BILLY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며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2년 독자 센서를 장착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양산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600명 수준인 자율주행 관련 분야 연구인력을 2021년까지 매년 15%이상 증원할 계획이다.
터널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지능형 헤드램프(IFS)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능형 하이빔 시스템이다. 야간에 상향등을 켠 채 주행 하다가 마주 오는 차량이 보이면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부위는 하향등으로 바꿔준다. 차량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그대로 상향등을 유지하며 달린다. 구슬모양의 여러 LED 램프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켜졌다 꺼졌다하면서 선별적으로 빔 패턴을 변화시켰다.
◆ 한적한 시골길 시속 60km 내 차 앞에 고라니가 나타나면?
이날 마지막 시연인 슬라럼 테스트를 위해 준비된SUV 차량에 탑승했다. 시속 80km로 콘 7개를 지그재그로 통과한다고 시험 담당 연구원이 설명했다. 차에 속도가 붙더니 이내 스키 선수가 장애물을 통과하듯 좌우로 회전하며 콘을 통과했다.
한적한 새벽 시골길, 빠르게 달리는 내 차 앞에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갑자기 출현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순식간에 핸들을 돌려 피하고 차를 본 궤도에 돌려놔야한다. 엘크 테스트는 이같은 급격한 차선 변경 상황시 차가 미끄러지거나 선로를 이탈하지 않고 조향 안정성을 유지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차량의 운전대를 잡은 장지현 현대모비스 샤시시험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시속 60km 정도로 급차선 변경을 시도한다”면서 “해외에서는 엘크 테스트를 몇km 속도로 빠져나오느냐가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 50km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를 했다. 차가 조금 미끄러졌지만 이내 진행 상태 그대로 멈춰섰다.
현대모비스에서 제동 시스템 실차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김규환 책임연구원은 “세라믹 노면의 경우 일반 아스팔트 길에 비해 10배 정도 더 미끄럽다고 보면 된다”며 “ABS가 없다면 이런 노면에서 차량이 브레이크를 잡으면 옆으로 돌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수 노면에서 반복적인 평가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제동 장치의 품질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형로에 진입하자 차량의 왼쪽 바퀴는 트위스트로, 오른쪽 바퀴는 물결 모양의 장파형로를 걸친 상태에서 지나간다. 마치 흔들의자에 앉은 듯 차량이 출렁인다. 유럽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벨지안로(울퉁불퉁한 마차도로)를 통과할 땐 차량 진동이 몸 전체를 타고 흘렀다.
모형로는 이 같은 특이한 길을 차량이 통과하면서 차량이 받는 충격, 좌우 밸런스, 승차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곳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