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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보험 안내하고 사망보험 판매...설계사 녹취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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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보험 안내하고 사망보험 판매...설계사 녹취 의무화?
녹취 의무화 논의중...일본 중국 이미 시행
  •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 승인 2018.05.18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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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인천시 동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설계사의 강력한 추천으로 두 아들을 위해 삼성생명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설계사가 연금보험이라고 설명한 상품을 아들 앞으로 가입해놓으면 다달이 연금처럼 생활자금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연금형태로 사망보험금을 일부 수령할 수 있는 ‘사망보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자기 아들 앞으로 사망보험을 가입시킬 부모가 어디있냐”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설계사가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처럼 설명한 현장 증거가 없다며 이 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사례2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모든 임플란트가 다 보장된다'는 설계사 말을 믿고 라이나생명의 치아보험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알고 보니 임플란트도 종류나 방식 등에 따라  보상 적용 여부가 다 달랐다. 그러나 이 씨는 금감원으로부터 “'설계사가 과장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민원을 반려당했다"며 황당해 했다.

보험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불완전 판매 관련 소비자 민원이 개선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당국이 설계사가 현장 판매 과정에서 녹취록 작성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의무 녹취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입증 책임 의무화 등 법령 개정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업계 등이 함께 꾸린 ‘모집질서 건전화 테스크포스(TF)’에서 보험 상품 현장 판매 시 녹취록 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현장 판매 녹취 의무화는 이미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일정 나이 이상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 판매 시 설계사의 모집과정을 녹취하도록 의무화화고 있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CIRC) 또한 지난해 1월부터 녹취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해외 사례에 기반해 국내에서도 분쟁 소지가 많은 변액보험이나 저축보험 판매 시 녹취록 작성 의무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 등에는 삼성생명, 현대해상, 삼성화재, 한화생명, DB손해보험, 교보생명, KB생명 등 대형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설명을 잘못해 보험금 부지급, 오인 가입 등의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민원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현장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민원이 유난히 높다. 설계사를 통해 설명은 들은 상품과 전혀 다른 상품이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는데 불완전 판매라고 입증할 증거 자료가 없어 금감원에서조차 민원을 기각 당했다며 답답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피해를 겪은 많은 소비자들은 소비자 편에서 더 적극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경남 양산시에 사는 최 모(남)씨는 “보험사는 해피콜 등을 금감원에 증거 자료로 제출한다고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설계사가 중요 내용을 대강 설명해주고 해피콜이 오면 무조건 ‘네, 네’ 하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 판매 상황에 대한 증거 자료가 소비자에겐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 모(남)씨는 “어머니 지인을 통해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하고 3건 이상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가 금전적인 불이익을 겪었었다”며 “녹취제가 도입된다면 설계사가 상품을 대충 설명하거나 가입을 부당하게 유인하는 일 등도 방지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보험업계나 설계사들도 엇갈리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오명을 벗고 대다수의 설계사들이 정직하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불만도 터지고 있다.

의무 녹취제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 금융소비자 분쟁 시 금융사의 입증 책임을 의무화하도록 금융관계법령 개정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보험 등 금융 분쟁 발생 시 기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게 관례다. 그러나 금융은 금융사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이 가장 극심한 업종으로 이 같은 관례가 유지될 경우 소비자가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등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금융사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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