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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 규정 구멍 숭숭...강제성 없고 뒷북도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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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 규정 구멍 숭숭...강제성 없고 뒷북도 일쑤
'구멍 뚫린 소비자 규정' 연중 캠페인 돌입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8.06.03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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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에 이어 최근 라돈 침대 파동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권리와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법은 이미 마련돼 있다. 1978년 소비자기본법이 제정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통해 소비자와 사업자간 갈등을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명문화된 규정이 버젓이 살아 있지만  실상은 강제성이 없는 것은 물론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아내지 못해 소비자 문제 해결에서 이곳 저곳 구멍이 뚫리고 있다. 소비자 피해 상황이 워낙 개별적이다보니 관련 규정이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전 국민의 분노를 산 가습기나 라돈 침대 사태도 제품 위험성 고시 의무에 대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발생했다. 과거 백수오 파동과 폭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창간 12주년을 맞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한해 ‘구멍 뚫린 소비자 보호 규정을 파헤친다’는 연중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보호 규정의 사각지대 실태과 개선안에 대해 짚어본다.

가전, 자동차, 식품, 통신, 유통, 생활용품, 가구, 항공운송·여행서비스, 건설, 모바일 등 소비자 생활 곳곳에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기되는 주요 민원을 70여가지 사례로 분류해 현재 시행 중인 소비자 보호 규정의 빈틈을 조명할 계획이다.

◆ 자동차, 가전 등 규정 사각지대 수두룩..실질적 개선 선도 기대

자동차 에어백은 사고 시 운전자 생명을 지켜주는 최후의 방어수단이지만 개폐되지 않는 하자로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에어백 미개폐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영업기밀’이라며 입 다물기 일쑤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충돌 시 각도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다.

자동차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인 급발진 역시 사고기록장치(EDR) 설치 의무가 없어 원인을 규명할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출시 얼마되지 않은 신차에서까지 차량 부식 관련 소비자 불만이 들끓지만 이 역시 관련 규정은 없다.

주행 중 엔진이 꺼져 생명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는 사고를 겪었다 해도 제조사의 수락 없이는 중재 절차조차 밟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은 주행 중 엔진꺼짐은 1회 발생 시 교환·환불 해줄 것을 권고하지만 현실에선 어림없는 얘기다.

식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나온 경우에도 ‘구매가 환급 또는 교환’이 전부다. 소비자들은 ‘이물질이 나온 식품 다시 줄 테니 먹어라’는 규정에 공감할 수 없다며 현실적인 보상안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가전제품 부품보유 기간이 남았음에도 부품이 없어 수리 할 수 없다며 감가상각을 안내해 소비자에게 금전적 손실을 입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부품을 보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안인 감가상각이 기준 없이 악용되는 탓이다.

냉장고, TV, 에어컨 등을 반복 수리에도 불구하고 고장을 잡지 못해도 수리비와 AS기사 출장비 모두 소비자 몫이다.

통신 분야는 이동통신3사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들의 불완전 판매행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규정은 없다. 통신사들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캐시백 안내 후 잠적, 소비자 동의 없는 계약 내용 변경, 과도한 위약금 산정, 명의도용 등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이 소비자 유인을 위해 내건 사은품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 몇 달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오지 않는 해외직구 배송 지연 등의 피해에 대한 소비자 보호 규정도 정해진 게 없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직구 판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관리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쇼핑몰 측이 소비자가 구매한 물품을 품절이라며 배송하지 않고 버젓이 가격을 올려 재판매하는 경우도 사전에 문자 등으로 안내만 하면 문제 삼을 수 없어 수많은 불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건이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관행적으로 ‘배송완료’ 표기를 하는 택배사들의 행태를 제지할 규정도 없다. 소비자들은 택배가 분실 되도 쉽게 찾을 수 없어 시간적,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된다.

최근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호텔, 여행 예약 어플의 경우 상품의 상세 내용을 보려고 클릭하는 순간 자동 결제 돼 소비자를 황당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보상 규정이 없어 숙박업소에서 환불불가 방침을 고수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호텔예약사이트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결제 시 소비자가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를 아예 적용조차 받지 않는다.

그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여행상품 총액표시제’, ‘해외직구 관세’, ‘수입차 임시번호판 거부 시 과태료’, ‘과자 과대 포장’ 등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실질적 개선을 이끌어 왔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권익 증진을 가로막는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연중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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